이효리, 그녀가 돌아왔다

[포커스] 섹시 업그레이드, 음악적 독창성은 '여전히' 부족

등록 2006.02.13 09:35수정 2006.02.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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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분이 오셨다.' 지난 한해 대중가요계의 여성 톱스타 부재 현상을 구원할 히든카드로 오랫동안 기대를 모았던 이효리가 마침내 솔로 2집을 들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오로지 '이효리'라는 이름 석자가 가지는 상징성만으로도 그녀의 컴백무대에 쏟아진 여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3년 전 가을, 그녀가 첫 솔로앨범 '텐 미니츠'를 발표하자마자 대중을 열광시켰던 그녀의 도발적인 패션과 몸짓이 여전히 뇌리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하반기는 대중가요계는 그야말로 이효리의 독무대였다.


소녀그룹 '핑클' 시절에 미처 다보여주지 못했던, 감춰진 성숙함과 섹시미를 마음껏 발산했던 이효리의 매력은, 그녀를 인기가수를 넘어서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자 트렌드 세터로까지 떠받들기에 이르렀다. 그녀 이전에도 이후에도 섹시 컨셉트를 내세운 여성 가수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누구도 이효리와 같은 위치를 점하지는 못했다.

귀여운 표정과 복근을 드러내는 섹시한 탱크톱 사이의 '부조화 속의 조화', 천진한 눈웃음을 간직한 채, '10분이면 내 것이 될 수 있어' 하며 당돌하게 내던지는 적극적인 유혹의 몸짓, 가까이 다가가기에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듯한 이효리의 중성적인 매력이 기존의 섹시 가수들과는 다른 이효리만의 '섹스어필'을 만들어냈다.

12일 SBS의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선보인 그녀의 컴백 무대는, 대중스타로서 '이효리만의 상품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다크 엔젤'와 '겟 야', '깊이' 등이 이어진 약 10분간의 공연에서 이효리는 여전히 도발적인 패션과 몸짓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배꼽이 드러나는 흰색 블라우스와 검정색 핫팬츠, 간간이 던지는 눈웃음, 시계태엽인형 혹은 마리오네트를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퍼포먼스까지. 이미 이효리는 대중이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대중이 원하는 수준만큼의 가치를 무대에서 보여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전히 이효리에게 '그 이상'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무대이기도 했다. 대중은 이효리의 섹시한 몸짓과 퍼포먼스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음악적으로 자신만의 개성있는 색깔이 없음에 비판적인 시선을 던진다.


그녀가 모처럼의 컴백무대에서 3곡 모두 립싱크를 했다는 사실은 새삼 중요하지 않다. 안티팬들의 비판처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아류'라는 것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어차피 이효리는 언제나 '가수'라기보다는 '엔터테이너'의 전형에 더 가까웠고, 청각적인 노래보다는 화려한 몸짓의 시각적 퍼포먼스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어셔 같은 미국 팝 아티스트들의 성공한 음악스타일과 패션을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이 은근슬쩍 모방하는 것이야 어디 이효리만의 전매특허였던가. 오히려 대놓고 '베꼈다'고 까지는 못해도, '영향을 받았다'식으로 인정하는 것만 해도 많이 솔직해진 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이효리의 음악과 패션은, 2집에서도 이미 몇 년 전 유행이 지난 미국 팝 스타일의 어설픈 변형에 머물 뿐, 창조적 진화로 나아갈 흔적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파핑과 걸스 힙합의 격렬한 몸동작은 더욱 화려해졌지만 결국 '보여주기'에만 치중할 뿐, 나머지는 음악도, 가창력도, 스타일도 여전히 제자리다. 이효리에게 그저 당대의 섹스어필한 대중스타 이상으로 마돈나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위치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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