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금메달, 취업 은메달은 옛날 얘기"

여성 '졸업 후 진로' 의식 어떻게 변해왔나

등록 2006.02.13 13:57수정 2006.02.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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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수 기자] 여성들에게 대학 교육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후 40년간의 간극을 두고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이상은 '현모양처'에서 '커리어 우먼'까지 양극단으로 벌어진다. 70년대 여성운동이 시작되고 여성학이 도입돼 여성의식이 향상되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배경이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5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70년 25.3%였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4년 79.9%로 증가했고 여대생의 수는 전문대학과 대학원을 포함해 70년 4만2000여 명에서 112만여 명으로 25배 이상 늘어났다.

60년대 "현모양처가 꿈"

"그땐 대학을 졸업해도 여자가 직장을 갖는 건 힘들었어요.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였고 취직을 한다 해도 결혼하면 그만두는 게 대부분이었죠."

여성학자 구훈모(68)씨는 60년대엔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여성의 행복'이란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이라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결혼이 최고의 취업'이라는 생각은 70년대 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가 출산과 함께 그만둔 남윤숙(56)씨의 경우처럼 결혼 전과 후의 '여성의 일'은 확실하게 구분됐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사회변혁 꿈"

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하의 민주화운동 바람은 대학 캠퍼스에도 불어 닥쳤고 여대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때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여대생 운동가들은 훗날 사회시민운동의 토대가 됐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던 서영교(42)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당시엔 대학 졸업장보단 하루빨리 사회에 뛰어들어 어려운 민중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여대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6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취업을 통한 사회 진출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당시 졸업을 앞둔 여대생들 사이에선 '결혼은 금메달, 취업은 은메달, 대학원은 동메달'이란 우스갯소리가 떠돌기도 했다.

90∼2000년대 "취업은 선택 아닌 필수"


80년대 후반까지도 30%대에 머물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90년대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고 2000년 들어 70%대에 진입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사회가 개방되고 생각이 자유로워지면서 여성들의 의식도 변화, 평생직장에 대한 개념을 갖고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학과 공부와는 별도로 컴퓨터 그래픽 학원을 다닌 뒤 웹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온 김윤희(33)씨처럼 여대생들도 자신의 적성을 스스로 발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선희(23)씨는 "요즘엔 졸업 전 취업하지 못하면 '인생 낙오자'로 몰린다"는 현실을 털어놓는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관문이 되어버린 건 이미 오래 전의 일. 취업에 유리한 과목을 골라 듣고 토익 성적이 학점보다 우선이 되어버린 요즘 졸업을 앞둔 여대생들은 취업에 대한 위기의식에 빠져 있다.

나만의 커리어 개발·고정관념 깨라
여성 일자리, 두드리면 열린다

도서관에선 토익서적이 전공서적을 대치하고 '대학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위기의식에 빠져 있는 대학생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취업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여학생들이 취업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한다.

▲ 일찍 준비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던 추세는 이젠 옛말. 요즘 대학생들은 1∼2학년 때부터 취업전쟁에 뛰어든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이용서 과장은 "기업마다 선발기준이 다양한 요즘엔 단기간의 준비로는 취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자신의 적성과 목표를 일찍 결정하고 저학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커리어가 돋보이는 이력서를 꾸며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채용담당자에게 제일 처음 보여지는 얼굴. 서류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 4년 동안 준비해온 게 무용지물이 된다. 아르바이트나 공모전, 자원봉사 등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남보다 돋보일 수 있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야 한다.

▲ 여성 직종이 따로 있나요

아직도 대기업을 고집하거나 사무직만 선호한다면 고정관념을 깨고 영업직이나 기술직 등 여성 취업의 틈새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먼잡링크 이인희 팀장은 "영업 문화가 술 접대에서 문화 접대로 바뀌는 추세이므로 여성들이 공략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IT 업종의 기술직은 능력 위주로 남녀차별이 적고 경력을 쌓으면 이직에도 유리한 편이다.

▲ 20대 창업 성공하려면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함에 따라 20대 초반부터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전략연구소 이진욱 과장은 "유행 업종을 좇기보단 자신만의 취향과 아이디어를 살리라"고 충고한다. 아이템 선정과 투자자 모집, 전문가 상담 등 1년 이상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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