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동북아전략을 흔드는 방법

최근 동북아 스케치 ②

등록 2006.02.14 10:21수정 2006.02.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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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경제적 목표 등 당면 현안 때문에 미국 앞에서 가급적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외전략은 어디까지나 미국을 염두에 두는 가운데에 이루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전략이 궁극적으로는 자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국이 향후 동북아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미국과 부딪치지 않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대외전략은 설사 그것이 형식적으로는 미국과 무관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작년 10월 이래 진행된 중국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비판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는 것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중국의 비판은 비록 표면상으로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것은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야스쿠니 비판은 직접적으로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드라이브를 견제하는 것이지만, 간접적으로는 미국의 동북아전략을 견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중국의 궁극적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미국

이 같은 야스쿠니의 위력을 잘 알기에, 작년 10월 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래로 미국은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일본정부에게 이 문제에 관한 우려를 수차 전달한 바 있다. 작년 11월 16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언급한 것도 야스쿠니의 불똥이 미국에게 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동북아의 쟁점으로 떠오른 야스쿠니신사 경내의 본전(本殿).
동북아의 쟁점으로 떠오른 야스쿠니신사 경내의 본전(本殿).야스쿠니신사 홈페이지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의 야스쿠니 공략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일본 내부의 반대 여론을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우국충정'에 불타는 아소 다로 외무장관 같은 일본 우익들의 자충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8일자 미국 <보스턴 글로브>와 10일자 프랑스 <르 몽드>까지 야스쿠니 비판에 가세했을 정도로, 야스쿠니 문제는 이제 서구에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중국 등의 야스쿠니 비판으로 인해 무엇보다도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초래되고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 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미국의 당면 동북아전략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북한 고립'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6자회담이라는 틀 속에서 '북한 포위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의도하는 국제적 연대라는 것은, 미국-일본-한국의 3각 연대에 중국을 필수적으로 끌어들이고(3+1 전략) 러시아는 선택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북한을 고립시키려면 어떻게든지 중국을 포섭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구상을 밑바닥에서부터 와해시킬 만한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의 야스쿠니 비판이다. 북한처럼 미국에게 직접적으로 도전할 경우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중국은, 가급적 면전에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으로 미국의 패권에 흠집을 내고 있다. 그렇게 하는 데에 유용한 수단이 바로 야스쿠니 문제다.

야스쿠니 문제로 미국의 전략에 차질 초래

그럼, 중국의 야스쿠니 비판은 어떤 방법으로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흠집을 내고 있을까? 그 점을 5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야스쿠니를 명분으로 한 대일(對日) 비판은 일본 여론을 분열시킴으로써 일본의 대북압박 강도를 완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야스쿠니 쟁점화로 인해 지금 일본 내에서 '역사인식'이나 '전쟁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일본의 대북 압박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둘째, 야스쿠니를 둘러싼 중·일 쌍방의 공방은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퇴색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 등의 힘을 한데 모아 북한을 포위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도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일본의 '전과'를 부각시키는 야스쿠니 비판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희석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북한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엉뚱하게 일본이 '전과자'로 부각되는 현실 앞에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 중국의 야스쿠니 쟁점화는 미국-일본-한국의 3각 연대를 흔드는 기능을 하고 있다. 야스쿠니 문제가 쟁점화되면, 한국으로서는 반일감정 때문에라도 일본과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국의 지속적인 야스쿠니 쟁점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에 한국을 3각 연대에서 빼내오는 기능을 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3+1 전략이 성공하기는커녕 도리어 3-1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섯째, 중국의 야스쿠니 비판은 미일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야스쿠니 쟁점화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과부하를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문제의 주범인 일본을 어떻게든 설득하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야스쿠니 참배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말을 순순히 따르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야스쿠니 문제가 시끄러워질수록 미일관계도 그만큼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야스쿠니 때문에 미국 주도 국제적 연대 '흔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등의 야스쿠니 비판은 비단 일본을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미국의 동북아전략까지 뒤흔드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6자회담 전략이 사실상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절대로 '미국의 남자'가 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야스쿠니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미국은 어떻게든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 미국이 처한 딜레마는, 야스쿠니 문제를 해결하자니 '심복' 일본의 비위를 건드릴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자니 '은근히 훼방 놓는' 중국도 무섭고 또 이 틈에 '달아나는' 북한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동북아 챔피언' 미국이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국과 일본을 뜯어말리는 것도 중요한 숙제라 하겠다.

(제3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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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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