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와 소통 모두 놓치지 않을 터"

[인터뷰] 우리만화연대 제6대 신임회장 장진영씨

등록 2006.02.14 17:17수정 2006.02.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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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무겁죠."

팍팍한 현실을 딛고 일어나 산재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그의 소감은 짧았다. 지난 9일 우리만화연대 제12회 총회를 통해 제6대 회장직에 추대된 장진영씨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만화창작기금 조성, 창작만화웹사이트 구축 등을 비롯한 창작분위기 진작을 위한 만화계 안팎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전임회장 이희재씨에게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게 된 터.

그러나 만화의 가능성과 만화인들을 믿기에 그의 각오는 뜨겁다. 그는 "'민주적' 소통과 다양한 작품이 꽃피는 만화창작 기반을 위해 뛰겠으며, 무엇보다 성과에 연연해 소통이 매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다음은 장진영씨와의 일문일답

홍지연
- 제6대 회장으로 추대된 소감 한 마디?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정부의 만화에 대한 지원 열의도 넘치고 여러 모로 상황이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맞춰 우리 만화계가 스스로 대안을 만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정부 지원도 힘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회원들 간의 소통으로 그 대안들을 잘 찾아갔으면 한다. 그런데 계속해서 도와주겠다는 전임회장의 '굳은 약속'에도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웃음) 일단은 조용히 현재의 문화지형을 읽고 돌아가는 상황을 경청할 생각이다."

- 만화창작진흥기금 조성, 창작만화웹사이트 구축 등 할 일이 많은데?
"그렇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회원들 각각이 맡은 역할을 잘 나누고 민주적 소통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화시장의 문제란, 곧 만화창작의 문제다. 다양한 만화가 얼마나 나오느냐가 관건일 것이며, 그러한 다양성의 기풍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창작방법의 문제, 미 형식의 문제, 작업 형태 및 유통 모두 각각의 시스템들이 모두 어떻게 돼가야 할지를 더욱 세부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적자원을 끌어내는 일이 먼저다.

이론가는 이론가대로의 테이블을, 또 창작자와 이론가간의 쟁점을 도출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렇듯 만화를 둘러싼 화두와 쟁점들이 풍부해지면 그것이 곧 창작의 기풍을 활성화시키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그러한 논의를 부추기고 조율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며, 능력 있는 재원들로 하여금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


- 만화가 해야 할 역할? 만화가 나아갈 방향?
"얼마 전, 일본의 문학비평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이 우리나라의 문학운동이 죽었다며 그나마 한국의 문학운동을 유지시킨 것으로 '녹색평론'을 들었다. 엄밀한 의미로 '문학'이라 할 수 없는 '녹색평론'을 그가 꼽았다는 게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우리 만화도 현재의 모든 정해진 틀을 벗고 우리 삶에 새롭게 다가왔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만화는 현재의 '청소년 중심'에서 '대중 전체'로 대상을 확대해갈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현재의 만화시장은 다분히 '청소년시장'이었다. 지금의 시장 위축도 '청소년시장 위축'인 셈이다. 이제 만화시장에 얼마만큼 다양한 만화들이 나오느냐에 따라 만화시장 또한 필연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공기와도 같은' 대중문화를 대중이 더욱 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대중들의 '선택의 퀄리티'나 '자기 삶과의 연관성' 등을 만화가들이 만화 안에서 더욱 일궈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 만화가 인간의 삶에 있어 의식적 측면, 무의식적 측면, 관습적 측면 등 제반 영역에 밀착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전범의 양식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제야 나오기 시작하는 '기록만화', '다큐만화' 등의 양식들도 사실은 모든 만화가들의 머릿속에 이미 있던 것들일 뿐이다. 이제 그것들을 수면 위로 올릴 때가 아닐지."

장진영은 누구?

1980년대 '만화운동가 장영수'로 널리 알려진 인물. 주요 작품으로 '삽 한 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 등이 있다. '주간노동자신문'에 7년간 장편 '누가 나를 이 길로 가라 하지 않았네'와 '나선', '문화일보'에 시사만평 '삽사리' 등 단편 및 시사콩트 다수를 발표했다. 11년 전부터 귀농해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강화도의 삶을 정감 있게 담아낸 작품 '삽 한 자루 달랑 들고'로 2001 상반기 오늘의 우리만화상과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 오랜 세월 작가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우리만화만의 힘이 있다면?
"사실 포스트 모던한 사회에 '민족적 미감'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다시 민족적 미감의 원형과 원류는 어디서 봐야 할 것인가가 쟁점화 될 것으로 생각된다. 추상적인 그 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 들어갈 때 한국적인 것, 민족적인 것, 지역적인 것의 색이 좀 더 드러날 것이다. 그리하여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이 더욱 분명해질 될 것이다.

이번에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참가해 세계만화 속 한국만화의 위치를 생각해보게 됐다. 돌아와서 보니 '자화자찬식'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만화인의 한 입장으로, 한국만화는 정말 '변방'이더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오히려 그것을 세계화해야 할 것 같다."

- 회원들에게 한 마디, 각오 한 마디?
"회원들이 우만연의 주체다. 회원들이 주체라는 생각, 자기 실천적 동력을 갖게 하는 게 결국 회장인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주체의식'을 끊임없이 모든 논의과정과 조직 활동 방식에서 강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모두 동참해주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적 소통, '내부 민주주의의 현실화'다. 자칫 성과에 몰리게 되고 성과에 급급하다 보면 민주적 소통이 힘을 잃게 될 수 있다. 성과와 소통이라는 모순 관계, 그 사이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유지해나갈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NEWS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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