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스 워드보다 국내 코시안에게 더 많은 관심을"

'코시안' 대안학교 추진하는 교사들... "아직은 첫 발 내딛은 상태"

등록 2006.02.14 21:05수정 2006.02.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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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주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천영 교사. 그와 동료 교사들은 최근 코시안들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천영 교사. 그와 동료 교사들은 최근 코시안들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다가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되니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 우리의 도움이 당장 필요한 코시안들과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최근 '코시안(Kosian, 한국-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천영(47·전남여상 교사) 광주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소장은 최근 하인스 워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지켜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주여성, 이주노동자,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서운해서다.

이천영 소장은 "센터로 찾아오는 이주여성, 코시안,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봐주면서 우리말과 문화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장기적으로는 대안학교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코시안 아이들, 한국어 발음 부정확해 놀림받기도"

이천영 소장은 지난 98년 아이들과 쑥을 캐러나갔다가 우연히 이주노동자를 만나 그들이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듣고 상담을 해주면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같은 해 그는 주변의 교사들과 함께 광주 광산구 하남공단 인근에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주여성·이주노동자·탈북자 및 이들의 자녀들을 위해 한국어 수업과 문화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교 교사와 대학 교수,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센터 공간(100여평 규모)은 가건물로 지어진 창고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고 공간도 협소해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쉽지 않은 상황. 그래서 이 소장은 '광주전남 초중등학교 기독교사모임' 소속 교사들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코시안들을 위한 대안학교,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문화체험센터 등을 설립하기로 마음 먹었다.

특히 이 소장은 "현재 광주지역의 경우 이주여성들이 500여명 정도에 이르고 있는데 한국 남성과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코시안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피부색이 다른데다가 어머니가 한국어를 정확히 잘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발음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첫발, 당장 도움 필요한 아이들부터 교육할 것"

a 외국인근로자, 코시안 등을 상대로 한국어 교육등을 하고 있는 공부방.

외국인근로자, 코시안 등을 상대로 한국어 교육등을 하고 있는 공부방.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 소장과 교사들은 하남공단 인근 땅 2천여평을 구입해 이 곳에 대안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부지에는 지금까지 센터를 이용했던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진료소, 문화체험센터, 이주여성 지원센터, 탈북자 자녀들을 위한 시설 등도 함께 세울 예정이다.

이 소장은 "논의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방향으로 대안학교 이야기가 나왔다"며 "당장은 거창하게 '대안학교'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맡겨지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부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외국인 근로자들 1명씩 상담해주다가 지금의 문화센터가 생긴 것처럼 '학교' 시스템이 당장 갖춰지지 않더라도 지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지금은 시작 단계인만큼 새로운 시설이 건립되고 1명이라도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그 아이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이렇게 하다보면 보다 더 체계적인 교육과정도 정리되고 교육방향도 정립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이 소장과 교사 13명은 퇴직금을 담보로 1인당 1천만원씩 대출을 받기로 했다. 부지 구입과 건출비 등은 모두 5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3억이 넘는 돈이 모자라는 셈이다. 그는 "지금은 첫 발을 내딛은 상태"라며 "아직 재정적으로 부족하지만 여러 교사들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최근 하인스 워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에 대해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않다가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되니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씁쓸하다"며 "우리의 도움이 당장에 필요한 코시안들과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소장은 "피부색만 달라도 꺼리는 사례가 많다"며 "타인종이나 타민족, 혼혈인들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넓히지 않는다면 한국사회에서도 인종적 갈등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안학교라고 말하니 덜컥 겁도 난다"는 그의 바람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우리 사회의 관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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