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된 케이크이태욱
"아니? 이 걸 누가 보냈지?"
"오늘이 무슨 날이야?"
옆에서 답한다.
"밸런타인데이잖아!"
"그러면 생일은 또 뭐지?"
보낸 분의 이름을 보니 자주 듣던 부인의 이름이었다. 우연히 오늘 남편의 생일이 밸런타인데이와 일치하였던 것이었다. 워낙 성실하고 정직한 분이라 한점 의혹이 없을 텐데, 모두들 시샘이 나는지 좋은 상상력으로 한마디씩 거든다. 주정뱅이였던 토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을 쓸 때 하숙집, 전당포 노파 등 주위 배경을 그대로 둔 채, 노파를 죽였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냈듯이 소설을 써냈다.
"아니야! 김 과장이 아무리 성실해도 술집에 술값 바친 게 얼마인데! 이건 틀림없이 술집으로부터 시작된 뭔가 사연이 있는 거야."
"그렇지. 남녀관계는 아무도 몰라. 꽃 사이에 쪽지나 있는지 확인해 봐!"
"그럼 보낸 분 이름은 뭔가요?"
"그건 말이야. 다른 사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위장전술일 수도 있어!"
"그럼 김 과장은 변강쇠여!"
"아따, 부처님 눈에 부처밖에 안 보이는 법이고, 문제가 있게 보이는 사람은 그 사람이 뭔가 문제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세대 별로 각각 다른 반응이다.
"나는 그런 것 바랐다간 맞아죽어! 꽃바구니 하나에 양말이 몇 켤레인데."(60대)
"난, 마누라 생일 날 꽃바구니 보내려고 했더니 현금으로 달라던데."(50대)
"고생은 내가 하는데 받는 건 몰라도 주는 건 난 못 줘!"(40대)
"부럽네요."(30대)
여기에 약간 바람둥이인 한 분이 끼어들었다.
"아마 나에게 왔다면 내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을 거야."
또 한 분이 한 마디 거든다.
"나는 꽃집에 전화해서 내 돈 주고 나에게 하나 보내라고 해야겠다."
그때 당사자가 나타났다. 모두들 모른 척한다. 꽃바구니를 보더니 깜짝 놀라 얼른 아래로 내려놓더니 주위를 한번 슬쩍 둘러본다. 모두들 딴 짓 하는 척 한다. 당사자는 약간 안심이 되었는지 조용히 살짝 전화를 건다. 그리고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여보, 고마워!"
이렇게 밸런타인데이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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