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영화계와 다른 대중 문화계 사이를 이간시킴으로써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주장을 흠집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5일 <이제 문화계 내부 갈등까지 조장하나> 제하의 논평에서 스크린쿼터와 관련된 중앙일보와 SBS 보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13일 중앙일보와 SBS는 대중음악 관계자 등 다른 문화영역 인사들의 주장을 빌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움직임을 비판했다.
중앙은 13일 1면에 “대중음악은 보호막 없어도 버텨왔다”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아온 영화와 달리 대중음악은 규제에만 시달려왔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은 적이 없다”(신중현), “영화에 대한 지원과 혜택에 비해 다른 예술장르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걸 영화계도 알아줬으면 한다”(뮤지컬제작자 설도윤) 등의 주장을 실었다. 또 중앙은 “가요계의 경우 아무런 보호막이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자체 경쟁력을 키움으로써 외국 가요의 도전을 이겨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BS도 같은 날 8시뉴스에서 '쿼터공방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스크린쿼터 논란이 “문화계 내부로 확산되고 있다”며 음악계와 공연계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나섰다’며 다른 문화계 인사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또한 SBS는 스크린쿼터 하에서 대중문화가 “경쟁력 강화나 노력을 멀리 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품질이 떨어지는 그런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LG경제연구소 김형주 연구원의 주장을 더했다. 다만 “라디오나 TV 모든 매체들은 60% 이상 전체 음악 프로그램 중에서 한국음악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는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의 반박을 내보내긴 했다.
민언련은 중앙일보 등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우선 ‘작품의 완성도’가 높으면 대중음악처럼 스크린쿼터와 같은 보호대책이 없어도 경쟁력을 지닌다는 것에 대해, 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김기덕 감독의 <빈집> 등을 사례로 들며 “영화의 작품성과 상업적 ‘경쟁력’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보호가 계속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영화의 경우 아무리 작품성이 높아도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한다면 상업적 경쟁력을 따질 수 없게 된다”며 “미국 영화자본의 대량 물량공세 앞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작품으로 승부하라’는 말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다른 문화영역과의 형평성을 거론한 것도 매체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비교한 것이며, 미국이 세계영화시장 매출규모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영화산업과 달리, 미국의 음악산업 매출규모 점유율은 35% 정도여서 개방에 따른 파괴력도 다르다고 비판했다.
또 “대중음악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라디오나 TV 등 지상파 매체의 경우, 전체 방송 중 60% 이상을 한국 대중음악으로 채워야 하는 방송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어 대중음악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민언련은 “다른 문화영역에 비해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이 많다는 점을 부각한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기까지 하다”며 “문화계에 대한 ‘고른 지원’은 스크린쿼터 축소 등 영화계에 대한 지원을 줄임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문화 분야에 대한 합당한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일부 언론이 “문화계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를 마치 영화계의 과욕인 양 보도하는 태도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민언련은 “‘스크린쿼터’ 문제는 단순히 영화계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 더 나아가 문화산업을 지키는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처음부터 이 문제를 영화계만의 문제로 축소시키려 들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발표되기 전부터 ‘영화계만의 이익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운운해왔던 중앙일보가 음악계 등 다른 문화계 인사들의 입을 빌어 문화계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나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민언련은 SBS가 특정신문의 다분히 정략적인 의제설정을 쫓아간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논평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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