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마지막 수업과 크레파스

정년퇴임 앞둔 정홍택 교장의 마지막 미술 수업

등록 2006.02.16 09:05수정 2006.02.17 20:1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해 64세, 반평생 교육에 몸담아 일했고 틈틈이 익힌 미술에 대한 지식은 어느 순간 그를 화가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전남 순천시 왕지초등학교 정홍택 교장. 2006년 2월 22일은 그가 정든 교정을 떠나는 날이다.


"교사시절 아이들 가르치고 수업하는 것에 즐거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어서도 되도록이면 아이들 교실에 가서 수업을 많이 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미술에 대한 소질이 있었지만 가난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크레용. 초등학교 5학년 때 미술대회에 나가 그 많은 학생 중에서 혼자만 연필로 그림을 그리게 되고 당당히 당선해 기쁨에 넘쳐 한걸음에 어머님께 달려갔는데 그때 얼마나 어머님의 마음이 아프셨겠습니까? 라고 반문하며 그때 일을 떠올린다.

미술대회 입상은 그가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고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의 그림 지도를 도맡아 해 오게 되었다. 가난한 아이들을 보면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듯해서 측은한 마음에 크레파스를 나눠준다는 정홍택 교장.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는 정 교장(서 있는 이)과 정민지양(맨 앞)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는 정 교장(서 있는 이)과 정민지양(맨 앞)서정일
"교장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이라서 많이 아쉽네요." 졸업반인 왕지초 정민지양, 졸업을 하게 되면 교장 선생님의 미술지도를 영원히 못 받게 될 것 같아 무척 서운해 한다. 자신도 졸업하고 교장 선생님도 정년퇴직을 하시기에 더더욱 아쉽다고 말한다.

수업은 끝나고 그들이 모두 돌아간 미술실은 텅 비었다. 정민지 학생 같은 졸업생들은 2월 18일, 정년퇴임하는 정홍택 교장은 2월 22일 각각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 누군가는 다시 이곳 미술실을 지키겠지만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니 서글픈 생각도 듭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나서는 정홍택 교장의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보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3. 3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4. 4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5. 5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