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무렵 섬진강조태용
- 시골 사는 일은 재미있어요? 요즘엔 시골에 젊은 사람도 없고 해서 심심할 것 같은데요?
전명란(부인 농부): "저는 시골 어른들이랑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 분들이랑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맘이 편안해지고 좋아요. 그 분들도 젊은 사람이랑 이야기하면 좋아하고요. 하지만 이 분들이 연세가 많다는 것이 문제죠. 저희 마을에 젊은 분들이 몇 분 있지만 농사짓는 분은 거의 없어요. 다시 읍내나 인근 도시에서 일을 하는 분들이죠. 하지만 사실 농사짓다 보면 심심한 겨를도 없어요. 아침에 들에 나갔다가 저녁이 되어야 들어오는데요."
- 농촌사회의 특징이 집단화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그리고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요. 도시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싫어하잖아요. 모든 사람이 나를 알고 있다고 하면 행동할 때 신경이 많이 쓰이니까요. 시골 살면서 그런 것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전명란: "저는 그런 것을 잘 모르겠어요. 뭐 시골 사니까 오히려 편하고 좋아요. 비교 대상이 없다고나 할까요?"
- 비교 대상이라니 어떤 말씀이시죠?
김기열 : "그러니까 옷 같은 거죠. 저는 오늘 하루 종일 모자 하나 눌러 쓰고 있었는데요. 사실은 세수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하고 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죠. 그리고 신발에 흙이 묻어 있어도 털지 않아도 되고요."
전명란: "맞아요. 저도 오늘 체육복 차림으로 이렇게 보내는 걸요? 화장도 안 해도 되구요. 얼마나 편한데요. 도시에 가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옷도 입어야 하고 화장도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시골에 가면 그런 것으로부터 해방된다고나 할까요."
"농기계가 사람을 자꾸 멀어지게 해요"
- 요즘 시골 모습은 어떤가요?
전명란: "농기계 있죠? 저는 농기계가 사람을 자꾸 멀게 하는 것 같아요?"
- 농기계가 사람을 멀게 한다고요. 농기계가 사람 일은 대신해주면 시간이 남아서 사람들과 더욱 친밀해 져야 하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네요.
김기열: "농민들이 농기계를 많이 사는데요. 농기계가 늘어나면서부터 협동의 범위가 점점 줄고 있어요. 예전에 모을 심으면 한 마을 전체가 함께 했잖아요. 그때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협동의 범위였거든요. 그러던 것이 기계가 들어오니까 이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겨우 이웃 몇 명만 친하게 지내면 내 농사일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시골 사람들도 그렇게 변하더군요. 결국 기계가 사람들을 멀리하게 만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