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수컷들의 우정을 파헤친다?

[인터뷰] 연극 '아트'의 3인 3색 주인공을 만나다

등록 2006.02.17 10:06수정 2006.02.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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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무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세 배우는 각기 개성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겠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송승환, 정원중, 김일우.

충무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세 배우는 각기 개성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겠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송승환, 정원중, 김일우. ⓒ 강영일

요즈음 뜨는 문화계 트렌드 중 '공연 다시보기'를 빼놓을 수 없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는 10번 이상 본 사람이 꽤 있으며, 뮤지컬 '헤드윅'을 100번이나 본 이도 있을 정도로 그 횟수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만큼 볼만한 공연이 많이 생겼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극 '아트'는 이러한 문화가 정착하는 데 일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04년 8월 시작한 이래로 여러 차례 반복되는 연극 '아트'의 공연장에는, 한번 본 공연을 못 잊어 다시 찾아오는 열혈팬 즉 마니아층이 형성된 것이다. 물론 다시 올려지는 공연의 주인공은 새로운 배우들로 채워진다.


더블 캐스팅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 대결

a 김일우

김일우 ⓒ 강영일

'아트'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바로 더블캐스팅을 통해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색다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의 입장에선 골라 볼 수도 있고 두 가지 공연을 모두 보며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비교할 수도 있는 장점을 살렸다고나 할까.

오는 2월 23일부터 통산 다섯 번째 올려지는 이번 '아트'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벌써부터 집중시키고 있다. 관록있는 중견배우들의 자연스레 녹아져 나오는 연기는 물론, 젊은 배우들의 혈기 넘치는 공연모습까지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요일별로 나뉘어 화·목·토요일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배우 김일우, 송승환, 정원중의 섬세하면서도 중후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고, 수·금·금요일엔 배우 김석훈, 오용, 이성민이 젊은 층의 트렌드를 잘 전달하는 활기찬 연기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a 정원중

정원중 ⓒ 강영일

가슴이 뻐근해지도록 웃긴 세 친구들 사이의 에피소드를 그린 연극 '아트'의 주인공들을 16일 밤 충무로의 한 연습실에서 만나봤다.


- 먼저 작품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
"친한 친구인 세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갈등을 다룬 작품입니다. 기존 드라마나 연극에서 다루지 않았던 남자들의 내면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게 특징이죠. 여자처럼 쉽게 삐치고 질투도 하는 그런 속성 말이죠."

- 각자 맡으신 역할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송승환: "제가 맡은 역은 '수현'이라고 피부과 의사입니다. 미술을 굉장히 사랑하고 1억 8천이라는 거액을 들여 그림을 사게 되는데, 친구들이 그 그림을 인정해 주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정원중: "전 아주 두루뭉술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지론으로 살아가는 '덕수'를 연기했어요. 두 친구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청해 보지만 결국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역할이죠."

김일우: "미술에 대한 애정이 높고 그 결과 고가의 그림을 사게 된 수현을 못마땅해 하고 그런 수현의 속성을 깨보려 노력하는 역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덕수에게도 심어주려 하나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a 송승환

송승환 ⓒ 강영일

- 김석훈, 오용, 이성민씨가 따로 팀을 이뤄 일종의 연기대결을 펼치게 됐는데, 솔직히 의식이 되지는 않는지요.
"그건 아니구요. 워낙 연령대가 다르니까요. 그쪽 팀은 30대 젊은이들의 패기찬 모습을 연기할 테고, 저흰 나름대로 중후하면서도 멋있는 중년의 모습이 보일 테니 관객들은 서로 다른 연기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보너스가 되지 않을까요."

- 그렇다면 다들 더블캐스팅 시스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시는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단점보다는 그로 인한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 시사적인 질문 좀 하겠습니다. 요즘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로 찬반양론이 거센데 어떻게 보십니까. 같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집단이기주의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사실인데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경제적인 면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뮤지컬은 수입대작을 공연하면서 비싼 초대권을 많이 뿌리고 영화계 또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대적으로 연극이 더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은 구분되어져야 하니까요. 다만 정책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할 거고요, 지금처럼 나눠먹기식이 아닌 좀 더 유망한 작품을 골라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기가 좋아서 이 자리에 있을 뿐이랍니다"
[인터뷰] '규태' 역 배우 김일우씨

▲ 김일우
ⓒ강영일
- 드라마 '신입사원'의 송 이사 역할 등 감칠맛 나고 개성만점인 연기를 최근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셨는데, 자칫 그런 방향으로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혹시 이번에 그런 점을 고려해서 변신을 꾀하시는 건 아닌가요?
"제가 연기한 지도 벌써 20여 년이 흘렀는데 대부분의 팬들은 최근 보여진 부분들만 너무 부각시켜서 보시는 듯하네요. 연기를 하면서 어떤 것을 의도해서 하지는 않구요. 다만 연극이 좋아서 그리고 작품에 몰입해서 할 뿐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연기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 실제 성격도 극 중에서 비쳐진 것처럼 오버를 많이 하고 리액션이 강한 편인지.
"전혀 그렇지 않구요. 여러 면이 혼재되어 있겠지만 내성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드라마에서는 젊은 사람들도 소화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앞선 감각의 패션을 많이 선보이셨는데, 코디가 연출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의 결과물인지 궁금하네요.
"TV라는 것이 비주얼이 강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제가 신경 써서 의상을 고르고 극중 상황에 맞게 갖춰 입었던 것뿐입니다."

- 그러고 보니 앞 질문은 괜히 드린 것 같습니다. 지금 옷 입으신 것만 봐도 뻔히 알 수 있는데 말이죠.
"(웃으며)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 그동안 'I do I do', '돈키호테' 등 여러 편의 뮤지컬에도 출연하셨는데, 실제 춤과 노래실력은 어떤가요.
"솔직히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 중 노래가 많이 부족하구요, 그래서 요즘은 뮤지컬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요즘 뮤지컬 대부분이 노래를 강조하는 분위기거든요."

- 작년에 김일우씨 본인이 직접 미니홈피를 관리한다는 점 때문에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요즘도 자주 들어가시고 관리도 하시는지.
"예. 물론입니다. 제가 미니홈피를 시작한 동기는 홍보의 목적이 아니라, 제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자주 들어가는 편입니다."

- 최근 종영된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는 비교적 시청률이 저조한 편이었는데 아쉬움은 없으십니까.
"드라마를 단지 시청률만으로 평가한다는 건 우스운 일이죠. 낮은 시청률을 냈다고 해서 그 드라마를 연출한 사람이나 배우들을 수준 이하라고 볼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 당시 여러 불미스런 일들 때문에 결과가 안 좋아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별다른 후회는 당연히 없습니다."

- 어떤 때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드시는가요.
"역할이 주어질 때 극중 아들이나 딸의 연령이 점점 높아집니다. 예전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면, 요즘은 거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자녀와 함께 사는 가장의 역할이 맡겨지는 거죠. 그럴 때 제일 많이 제 나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유영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데 연극만한 게 없어요"
[인터뷰] 극중 '덕수'역 맡은 배우 정원중씨

▲ 정원중
ⓒ강영일
- 작년 3월 '아트'를 연기하시고 다시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서게 되셨는데, 각오가 두 분과는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이번에는 덕수 역을 하게 됐지만 작년 공연에서는 규태를 연기했기에 감회가 남다른 건 사실이구요, 내년에는 수현 역에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다같이 웃음)

- 세 분 다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신데 연습하면서 서로의 연기에 대해 솔직히 토론하고 지적도 하시는지.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연극이란 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곤 하지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융화가 되게 마련입니다." (옆에서 김일우씨가 한 마디 거든다) "제가 막내이다 보니까 선배님들한테서 많이 배우는 편입니다. 그래서 전 더 얻는 게 많다고 생각하구요."

- 드라마와 영화를 상당히 많이 찍으시는데 스케줄이 너무 빽빽해서 소화하기 힘든 정도는 아닌가요.
“빽빽하기는커녕 항상 시간이 남습니다. 만날 그렇죠 뭐…."

- 그동안 하신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만 말씀해 주신다면.
"극단 목화의 '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몸을 두 번 던졌는가'라는 작품이 있어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구요, 그 작품 한 번 하면 몸무게가 자동으로 15kg 정도는 감량이 되죠."

- 시트콤 '논스톱'에서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교수 역을 하셨는데, 댁에서는 아이나 부인에게 어떤 아버지와 남편으로 사시는지.
"뭐 그거 그대로죠. 저는 사람한테 불편 끼치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요."

- 2000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상을 수상하셨는데 '이제 세월이 좀 흘렀으니까 지금쯤 또 한번 상을 받을 때가 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은 안 하십니까?
"사실 그때는 그 작품으로 상을 받으리라곤 생각을 못했었구요, 솔직히 다른 작품으로 수상을 기대했었죠. 상이라는 게 받아서 싫은 사람은 없겠지만 어디 받고 싶다고 맘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 김석훈씨가 좋은 조건의 드라마 주연 역할을 뿌리치고 연기자로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이 연극에 출연하는 걸 택했다고 하는데, 선배연기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이라는 게 참 유별난 분야인데 오늘 한 일을 내일 똑같이 할 수 있는 직업은 연극 말고도 어느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올라가면 숨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게 연극이라고 보구요, 그런 면에서 자기 스스로 끝 간 데 없이 솔직해지고 자신을 탐구해 볼 수 있지않나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일우씨) "여기 지금 자기 것 포기하지 않고 온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 유영수


(배우 송승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연극 '아트'는 2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악어컴퍼니 02)764-8760으로 하시면 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연극 '아트'는 2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악어컴퍼니 02)764-8760으로 하시면 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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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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