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명태의 기막힌 흰 속살 맛보세요

[맛대맛③] 흑태찜 VS 해물찜

등록 2006.02.17 10:36수정 2006.02.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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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메로', 원명 '흑명태'... 부드러움으로 입맛 사로잡아


a 흑태의 속살은 희다. 흰만큼 부드러워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반드시 숟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흑태의 속살은 희다. 흰만큼 부드러워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반드시 숟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 전득렬

어째서 '흑태찜은 한번 먹어 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할까?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맛도 그렇고, 입에 착착 달라붙으며 혀끝을 녹이는 걸죽한 양념 맛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양념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밥에 비벼 먹는 그 단순함에도 흑태찜 고유의 맛은 따라 온다. '겉 검고, 속 흰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하는 옛 성현들의 말씀들이 흑태의 신비함을 말해준다.

흔히 '메로'라 불리는 '흑태'는 남태평양의 차고 깊은 바다에서 사는 고급어종으로 원명은 '흑명태'라고 한다. DHA는 물론 오메가3성분과 고도의 불포화 식물성 지방이 함유돼 있어 고단백이지만 살이 찌지 않아 여성들이 좋아하는 고급요리라고 한다.

대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일송명가 구미점(이명애 대표, 형곡동)은 흑태찜과 대구찜 단 두 가지만 요리를 하는 '찜 전문점'이다. 광고 한 번 안 하고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곳이라 광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맛에는 모두 할 말을 잊는다.

흑태를 먼저 한번 삶아 내고, 그 육수에다 각종 양념을 넣는다. 주인이 늘 비법이라며 안 가르쳐주는 수십여 가지의 재료와 새송이버섯 대파 등 몸에 좋다는 야채를 다시 버무려 2차 요리를 한다. 그 후 흑태와 양념을 만나게 한 후 흑태요리라는 귀한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요리의 비결이다.


큰 접시에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로운 붉은 양념이 아래로 깔린 흑태요리가 나오면 벌써 침이 꿀꺽 삼켜진다. 메추리알과 하나하나 정성스레 얹은 각종 요리의 재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너무 빨리 먹어버린 탓이다. 그러나 흑태만은 천천히 먹어야 한다. 이유가 있다.

흑태찜, 젓가락 사용하지 마세요


a 흑태찜맛도 훌륭하지만 육수로 만든 양념 국물맛은 더 잊을 수 없다.

흑태찜맛도 훌륭하지만 육수로 만든 양념 국물맛은 더 잊을 수 없다. ⓒ 전득렬

또 흑태찜은 젓가락 사용은 금물이다. 처음 흑태찜을 대하는 사람은 젓가락으로 흑태를 잡으려 한다. 무럭무럭 김이 나는 흑태의 자태를 코로 먼저 느끼고, 눈으로 감상한 후 숟가락으로 느리게 천천히 떠 맛을 봐야 한다. 젓가락으로 성급하게 흑태를 잡지 마라.

너무 부드러워서 그 흰 속살을 드러내자마자 부서진다. 젓가락을 대는 순간 부서지고, 먹는 순간 넘어가기 때문에 천천히 먹어야 한다. 흑태는 '느림의 미학이 곧 맛의 미학'이라는 걸 가르쳐준다.

그렇게 혀끝을 감동 시킨 흑태는 뱃속에 들어가서도 끝까지 충성하는 어류다.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동맥경화 당뇨 등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어서 고혈압 환자의 건강식으로 좋다고 한다. 입 안에서 살살 맴도는 흑태 고유의 부드러움과 밥 비벼 먹는 양념이 참으로 귀한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남는다.

푸른 바다와 육지가 만나 만들어낸 그 맛 해물찜

a '날 잡아 잡수쇼'하던 살아 있는 해물이 어느새 입맛을 다시게 한다.

'날 잡아 잡수쇼'하던 살아 있는 해물이 어느새 입맛을 다시게 한다. ⓒ 전득렬

해물찜의 핵심은 매운 양념과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이 맛을 좌우한다. 해물은 싱싱함만 유지하면 될 정도지만 양념과 콩나물이 어떻게 절묘하게 조합 하느냐 에 따라 해물찜의 맛은 결정된다.

해물찜을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절대 해물을 먼저 집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해물은 제쳐두고 매운 양념과 어우러진 콩나물 맛을 먼저 음미한 후 해물을 먹는 것이 순서라는 것. 아무리 싱싱한 해물로 요리를 해도 양념 어우러진 콩나물 맛이 아니면 젓가락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대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황장군 구미점(오송균 점장, 형곡동)은 구미서 손꼽을 정도로 큰 음식점이지만 항상 자리가 찬다. 입구 수족관에는 가리비 모시조개 낙지 꽃게 새우 등 이 '날 잡아 잡수쇼' 라고 외치며 펄떡 펄떡 살아 뛰어 오른다.

양념 콩나물과 함께 낙지 잘근잘근 씹는 고소한 맛 일품

a 바다의 해물과 육지의 콩나물이 만나 훌륭한 맛을 연출해 낸다.

바다의 해물과 육지의 콩나물이 만나 훌륭한 맛을 연출해 낸다. ⓒ 전득렬

조개류와 낙지 등 해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고단백 저칼로리를 자랑한다. 성인병은 물론 스태미나 증진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영양만점의 천연음식이기 때문이다. 바다의 해물과 육지의 콩나물이 궁합 맞춰 만났으니 오죽 몸에 좋으랴.

음식이 나오고 앞 접시에 들어 담는 동안 몇 번씩 삼키고 삼켜지는 입안의 침은 매콤한 양념 범벅의 낙지를 그냥 두지 않는다. 입 안 가득 들어갈까 말까 하는 큰 낙지를 콩나물 등 야채로 보쌈해서 입안에서 사정없이 잘근 잘근 씹어 먹는다.

그 순간 낙지에서 풍기는 특유의 바다 내음과 아스파라긴산 가득한 콩나물의 약간 비릿한 맛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그동안 밥 한 공기는 그냥 사라지고 없다. "여기 밥한 공기 추가요." 남기면 아까운 양념까지 똘똘 긁어 밥 비벼 먹는다. 참으로 행복한 꿀맛을 느낀다.

아, 참으로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있는 분지인 대구 사는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바다 요리를 자주 접했다는 말인가. 바닷가 사람들은 모르리. 해물의 그 맛과 바다내음이 가져다 주는 그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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