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어떤 당직도 맡지 않겠습니다

[기고] 정동영 당의장후보 대변인을 마감하며

등록 2006.02.20 10:47수정 2006.02.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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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다녀왔습니다. 집권 여당 정동영 신임의장은 당선 후 첫 공식일정을 대구로 선택했습니다. 그것도 인혁당 희생자 묘소를 참배하는 것이었습니다. 2년 전 열린우리당 첫 당의장 당선이 되었을 때도 백범 김구 선생님 묘소에 헌화하고 참배했습니다. 정부 및 집권 여당의 지도자가 이 두 곳을 공식 참배한 것은 정동영 의장이 처음입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이 정권의 연명을 위해 저지른 사법 살인임은 이분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결정되면서 확연해졌습니다. 30년 동안 유족들의 기막힌 사연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요. 8분의 희생자 중 한 분인 하재완 선생의 사위가 제 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월 7일 당의장 대구 합동 연설회 때 정동영 당시 후보가 인혁당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겠다는 연설을 했습니다. 이에 감격해 연신 눈물을 닦아 내시던 인혁당 무기수 강창덕 고문님을 보았습니다. 그때 정동영 의장은 '만약 당의장이 되면 첫 번째로 이곳을 오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정 의장도 민청학련 배후조종 조직으로 조작된 인혁당 재권위 사건에 연루되어 3개월 옥고를 치른 바 있습니다. 군사 재판 후 강제 징집되어 76년 4월 육군 일등병 신분에 보안사에 끌려가 재일교포 학생 간첩단 사건에 엮일 뻔했다고 합니다.

견디기 힘든 고문과 구타로 하마터면 간첩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간첩은 '만들어지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그런 개인적 인연도 대구 현대공원 묘지에서 유족들 앞에서 오늘 이야기했습니다. 도예종 선생, 하재완 선생 사모님들도 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집행된 사법 살인을 눈물로 규탄했습니다.

저는 정동영 당의장이 첫 일정으로 가장 어려운 지역, 역사적으로 가장 고통 받는 분들에게 달려간 것을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가 열심히 함께 뛰었던 한 달간의 기간이 참으로 보람 있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나는 왜 정동영을 지지하는가?'란 글에서 밝혔듯이 정동영은 2001년 민주당 쇄신정풍운동, 2002년 국민경선, 2003년 신당창당, 2004년 총선승리, 2005년 한반도 위기돌파의 전 과정이 몸으로 실천하는 개혁이었습니다. 저와 개혁관이 같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당의장 경선 전 과정을 '정동영'과 함께 동지적 애정을 갖고 전국을 뛰어다녔습니다.

정동영 당의장이 당선되었습니다. 승자와 패자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을 저는 반대합니다. 경선과정에서는 각 진영이 경쟁하는 관계였지만 경선이 끝난 지금은 모두 동지들입니다. 경선과정에서 혹시 서로에게 상처를 준 일이 있다면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단합해야 합니다. 저로 인해 혹시 마음 상한 분들에게는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용서를 빕니다.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세력, 냉전과 반통일 의식에 사로잡힌 수구세력, 서민과 중산층의 눈물을 짜내 특권 부유층의 이익에 갖다 바치려는 한나라당입니다. 5·31 지방선거에서 10년간 독점 독식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썩은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교체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입니다.

전당대회가 끝났습니다. 저에게 많은 기자들이 '무엇을 맡게 되냐?'고 물어왔습니다. 아마 으레 그래왔듯이 '후속 당직'에 관한 사항인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맡지 않을 생각입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잘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로서는 '당직'이 그다지 내키지도 중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당의장 경선과정에서 시비(是非)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당직을 버린 것도 저의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저런 권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전당대회 전에 정동영 의장님께 '아무런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제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저는 모가 나고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더 좋은, 더 훌륭한 분들이, 더 중요한 위치에서 많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정동영 의장에 대한 무한책임은 같이 나누어 짊어질 생각입니다. 어디에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서든 진정성을 갖고 얼마나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낮은 곳에서 당원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당 지도부에 전달하는 객관적인 심부름꾼이 필요하다면 '그 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런 저런 억측과 오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이것이 저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정동영 의장은 한 달간 같이 생활하다보니 '참 심성이 고운 분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결단할 때 결단할 줄 아는 '의혈(義血)의 소유자'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했던 것이 행운이었고 영광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가 있던 옆자리를 다른 분들이 와서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잠시 제가 비켜있어도 제가 어디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든 대한민국과 열린우리당을 위해 책임과 의무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a 정청래 의원

정청래 의원

참여정부의 성공 없이 대한민국의 성공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 이러한 확고한 신념이 정동영 의장과 제가 한 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한 것도 저로서는 소중한 소득이었습니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후회 없이 뛰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 우리당의 주인이신 모든 당원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2월 19일 자정

정동영 당의장후보 대변인을 마감하며.

덧붙이는 글 |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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