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50마리에 만 원밖에 안해요?

아빠의 추억이 담긴 소래항에 다녀왔습니다

등록 2006.02.22 09:26수정 2006.02.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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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소래다리에서 본 소래 항구!

소래다리에서 본 소래 항구! ⓒ 이종일

2월 11일 토요일. 다음날이 돌아가신 현수, 현경이 할아버지 첫 삭망일 제사라 수원으로 향하는 도중에 잠깐 소래항구에 들렀습니다. 소래항에 가서 신선한 해산물을 조금 사기도 하고 현수, 현경이에게 바다를 보여주려고 데려 갔습니다.


일산에서 출발해서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다가 장수 IC로 빠져나와 쭉 가다가 월곶으로 나와서 삼거리에서 우회전하고 신호등 앞에서 좌회전하면 소래항구로 들어서게 됩니다. 양길 옆으로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비 2000원씩 받습니다. 견인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한 주차가 제일입니다.

주차를 하고 소래다리를 건너면 소래항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아빠가 어렸을 때 이 다리는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이라는 철길이었는데 다른 기찻길보다 폭이 좁아서 협궤열차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현수, 현경이 나이였을 때 이 다리를 너무 무섭게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아빠의 외할머니댁이 지금의 화성시 남양면 북양리였고 할아버지댁이 화성시 비봉면 구포리였습니다. 따라서 당시 아빠는 인천에 살고 있었는데 현수 할머니가 외가와 친가를 왔다 갔다 하시면서 꼭 이 협궤열차를 이용했습니다. 야목역에서 기차를 타고 소래역에서 내려서 이 다리를 건너서 한참을 걸어가야만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졸다가 남동역까지 가버리면 너무 먼 거리를 깜깜한 밤에 걸어와야 했습니다.

a 아빠의 추억이 있는 다리를 현경이와 엄마가 조심스럽게 건너옵니다.

아빠의 추억이 있는 다리를 현경이와 엄마가 조심스럽게 건너옵니다. ⓒ 이종일

수인선은 일제가 경기 서남부지역 수탈을 위해 지난 1931년 협궤로 개통한 뒤 지난 1995년 철도청의 인천~수원 복선전철건설 계획에 따라 폐선되었고 2004년부터 구간별로 착공에 들어가 통근열차를 운행시키는 등 2010년 최종 완공 목표로 공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아래를 보면 아득합니다. 발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지금은 철판을 깔아 놓아서 그나마 그 무서움이 덜하지만 당시는 나무로 된 철목이 있었을 뿐입니다.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밑으로 퐁당 빠질 것 같은 다리였습니다. 지금 현경이가 아마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하고 현경이가 다리를 건너오는데 무척 오래 걸렸거든요. 현수는 남자라고 가끔 아래를 보면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아빠를 따라서 씩씩하게 건너 왔습니다.


a 우와~ 겁난다~ 주춤하지만 씩씩하게 건넜습니다.

우와~ 겁난다~ 주춤하지만 씩씩하게 건넜습니다. ⓒ 이종일

다리를 건너면서 소리로만 듣고 책에서만 보았던 갈매기를 직접 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현수가 무척 신이 난 모양입니다. 무사히 건너서 소래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양 옆으로 꽁치구이, 조개구이, 회집, 게장, 술빵, 번데기, 핫도그, 떡구이, 생굴 등 수많은 좌판과 가게들이 손님들을 끌어오려고 열심히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어떤 아저씨는 조그만 목소리로 "담배 있어요"를 말하십니다. 정당한 유통경로를 통해서 거래되는 담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수산물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여러 가지 수산물이 눈길을 끌었고 좌판에서 손님에게 한번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말 한 마디 더하려고 경쟁이 치열하고 손님을 멈추게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어떤 곳은 지나가려면 "스톱! 스톱! 아저씨 잠깐 스톱!" 이렇게 큰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바라보면 "이건 얼마고 이건 얼마인데 한 마리 더 줄게" 하고 말을 건넵니다.

어떤 곳은 "한 마리 얼마인데 한 마리 더 줄게" 하고, 그냥 가려면 "한 마리 더"를 외칩니다. 손님을 끌려는 마음과 목소리는 컸지만 가게 밖으로 나와서 손을 끌거나 내 가게 앞을 지나간 손님에게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질서를 위한 나름의 규칙인 것 같았습니다.

광어, 숭어, 낙지, 새우, 골뱅이, 갈치 등 많은 것들이 보였지만 갑오징어 만 원에 네 마리 사고 모듬조개 2만 원어치 사고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아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구경하였습니다.

a 우와~ 엄청 크다~ 이런 골뱅이가 바다에서 정말 나와?

우와~ 엄청 크다~ 이런 골뱅이가 바다에서 정말 나와? ⓒ 이종일

소래는 참 좋은 추억이 있는 장소이고 값싼 수산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찾아 갈 때마다 예전만큼 소래의 명성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생기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날도 이러한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아빠의 눈에는 좋지 않은 광경이 목격되었습니다.

모듬조개를 사는데 가게 앞에 어떤 아저씨가 "여긴가? 음~ 그래 이 가게가 맞아"하면서 항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지난주에 여기서 조개를 샀는데 집에 가서 먹으려고 보니까 다 썩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것을 팔 수 있느냐? 하면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예전 소래는 이러지는 않았는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내가 지금 사 가는 조개는 괜찮을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가격이 너무 싸다는 겁니다. 갈치는 제주산 갈치라고 말하는데 만 원에 너무 많이 주는 것 같고 새우도 50~60마리에 만 원이라고 하는데 정말 이 가격이 합당한 가격인지, 시중에서 이렇게 사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 것이 있을까 하는, 조금은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a 밑에 정렬되어 있는 것 전부 만 원입니다

밑에 정렬되어 있는 것 전부 만 원입니다 ⓒ 이종일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아서 그냥 현수, 현경이에게 이것 저것 보여주면서 시장을 돌아 나왔습니다. 돌아 나오면서 배가 출출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술빵을 사서 열심히 뜯어 먹으면서 다리를 건너 왔습니다.

바람이 다소 불었으나 그렇게 차가운 바람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현수가 아빠를 따라서 잘 건너 왔고 엄마와 현경이는 저 뒤에서 한참 있다가 건너왔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현수는 핫도그, 현경이는 떡구이를 사가지고 입에 물고 왔습니다.

a 먹을거리가 아주 많은 소래항 거리

먹을거리가 아주 많은 소래항 거리 ⓒ 이종일

아빠의 추억이 있었던 소래를 현수, 현경이가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갈매기가 끼룩 끼룩 울고, 배가 항구에 매어 있고, 많은 물고기가 있고, 많은 먹을 것이 있는 그 곳을 먼 훗날 아빠와 함께 다녀왔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빠의 또 하나 바람은 예전의 소래로 다시 돌아 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싱싱한 수산물을 값싸고 정말 믿고 살 수 있고,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예전과는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양심입니다. 그래야 우리들의 추억이 있는 소래가 영원한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 소래를 방문할 겁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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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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