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쪽이 파란색으로..." 독특한 쪽빛 체험

북촌 한옥마을의 문화센터를 방문하고서

등록 2006.02.22 10:54수정 2006.02.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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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4번째 절기인 우수(19일)가 지나 제법 봄기운이 완연하던 날, 작은 아이, 성당 친구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을 찾았다. 북촌이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모를, 서울 중심부의 조용한 마을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두 궁궐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600년의 역사가 남아 있는 전통주거지다. 풍수적으로 으뜸이었던 이 곳은 한양의 중심 거리였던 종로 북쪽에 위치했다고 해서 북촌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가회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 계동, 인사동, 사간동을 통칭한다고 한다.

한옥마을에 들어서기 전 안국역에서
한옥마을에 들어서기 전 안국역에서송춘희
도시의 콘크리트 벽에 갇힌 아이들에게 시골에서나 감상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우리 조상의 거주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들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렸다. 중앙고등학교 쪽으로 올라가면 북촌문화센터가 보인다. 그곳에서 우리는 천연염색 체험을 해 보기로 했다.


천연염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천연염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송춘희
미리 준비되어 있는 쪽 염색 냄새에 아이들은 코를 막으면서도 그 염색물이 신기한지 눈을 떼지 않았다. 강사가 염색 설명을 한다. 쪽은 9월경 어른 키만큼 자랐을 때 베어서 항아리에 담는다. 그리고 쪽을 누르면 초록색 물이 배어 나온다. 그 물에 석회를 넣어 저어준다. 앙금이 가라앉으면 숨죽은 풀을 태워 잿물을 만들고 염 액과 섞어 발효시킨다.

발효된  쪽물
발효된 쪽물송춘희
설명을 듣고 일행은 쪽 염색을 체험했다. 처음에 거품이 보글보글 나는 염색액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손수건을 들고 저마다 모양을 만들어 손에 들고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여러분! 쪽에는 인디루빈이라는 색소가 있어요. 이 색소는 피부암을 예방하며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도 아주 좋답니다. 모기 물린데 이 '쪽'을 비비면 부어오른 피부가 가라앉기도 해요."

강사의 말에 아이들은 "와~ 우리도 비벼보자"면서 저마다 손수건을 만지며 아우성이다. 쪽은 처음 염색을 할 땐 초록색이나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서 파란색으로 바뀐다. 신기한 마술을 본 것처럼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4000년 전에 쪽 염색을 한 흔적이 발견된다고 한다. 관에 넣는 옷에 쪽 염색을 하여 시체의 부패를 더디게 했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놀랄 만하다.

"옷감의 염색 값이 20만원이라면 이 쪽 염색은 150만원의 비용이 든답니다. 천연염색중에서 유일하게 이 쪽만 인간문화재가 지정될 정도로 계승해야할 중요한 조상의 문화랍니다."


염색체험을 마치고  저마다의  작품을 들고서
염색체험을 마치고 저마다의 작품을 들고서송춘희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이제 이곳에 남은 전통가옥은 900여 채에 불과하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건설문화에 휩쓸려 이곳의 모습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곳 북촌 마을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아름다움만은 세월이 흘러도 잊혀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산들이다. 서울이 아름다운 것은 세계적으로 높은 빌딩이 있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현대적인 감각의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상이 있고 그들의 모습을 늘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할 자부심이라는 것을 저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누구의 댁인지 모를 한옥 앞에서 "이리 오너라"를 외치며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계신 그곳 어른의 미소가 정겹다.


한옥앞에서 양반의 흉내를 내는 아이들
한옥앞에서 양반의 흉내를 내는 아이들송춘희

덧붙이는 글 | 북촌문화센터;www.macart.co.kr
       연락처; 011-729-9970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일반 버스; 205. 84. 543. 16 (현대사옥앞, 한국일보앞)

덧붙이는 글 북촌문화센터;www.macart.co.kr
       연락처; 011-729-9970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일반 버스; 205. 84. 543. 16 (현대사옥앞, 한국일보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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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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