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되기, 그 어려움과 감동 사이

첫아이 재롱잔치에 감격의 눈물 흘렸어요

등록 2006.02.22 17:38수정 2006.02.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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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5년 12월 17일 영진이 재롱잔치.

2005년 12월 17일 영진이 재롱잔치. ⓒ 전복순

어느덧 우수가 지나 따뜻해진 날씨에 봄비가 내립니다. 어쩜 세월이 이리도 빠른지 첫눈이 엇그제 온 것 같은데 벌써 봄이라니...


몸이 좋지 않아 어린이집을 쉬고 있는 큰아들 영진이가 곤한 낮잠에 취해 있습니다. 몇 달 동안 감기를 달고 다녔던 탓인지 감기합병증으로 편도가 심하게 부어올라 며칠 동안이나 고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무척 아팠는지 작은 얼굴이 더 수척해져서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둘째 아이 보느라 정규반에 다니던 큰아이를 종일반으로 바꾸어 보냈습니다. 감기는 늘 달고 살았지만 잘 웃고 밝게 다니기에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어린이집을 안 간다며 떼를 쓰더군요. 그럴 때마다 저는 매를 들며 억지로 보내곤 했습니다.

제가 너무 큰아이의 마음을 몰라준 걸까요? 감기약을 잘 먹고 다니면서도 집에만 오면 고열이 났습니다. 저는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해열제만 먹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큰아이가 정규반에서 종일반으로 옮겨지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원장닙께서 영진이가 오전에는 잘 놀다가도 오후가 되면 짜증이 많아지고 좀 지루해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가뜩이나 감기 때문에 힘들어했던 아이를 저 하나 편하자고 나 몰라라 식으로 선생님에게만 맡겨 버린 것 같아 정말 아이에게 면목 없는 엄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삼월부터는 다시 정규반으로 바꾸어 보내려 합니다.

작년 12월 우리 큰아이가 영어발표회 겸 재롱잔치를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린이집을 다녀와 집에만 오면 영어 노래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해 저는 요새 영어 노래를 자주 배우나보다 했지요 그런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발표회 때문에 9월부터 연습을 했다고 하더군요. 선생님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드디어 발표회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아이 모습을 담고 싶어서 큰 맘 먹고 최신형 디카도 장만했습니다. 아이 아빠는 일 때문에 가지 못해 저는 둘째 아기를 안고 동생과 함께 설레는 맘으로 행사장인 00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그날따라 어찌나 눈이 많이 오던지 꼭 하늘에서도 우리 아이 재롱잔치를 축하해 주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빨리 큰아이를 만나 잘하라고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 아직 어려 엄마를 보면 울고 때를 쓸까 봐 못 만나게 하셨습니다. 내 아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 반신반의하며 강당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영진이는 친구들과 함께 첫회에 등장하더군요.


드디어 '빵빠레'가 울리며 막이 오르자 너무 깜찍한 옷을 입은 채 영진이가 멍한 모습으로 서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긴장한 탓안지 조그마한 얼굴들이 모두 굳어 있더군요. 곧 음악 나오고 선생님께서 율동을 지시하자 아이들은 고사리손을 흔들어가며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숙아로 태어나 유난히도 병치레가 잦았던 우리 큰아이 영진이. 어느새 이만큰 자라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감개무량이었습니다. 너무 감격스러워 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부모가 된다는 게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때로는 아이에게 이렇게 감동 받을수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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