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100점 짜리 마지막 수업 선물장옥순
"1학년 친구들은 봄방학 동안에 2학년 읽기 책을 하루에 한 번씩 소리 내어 읽고 오도록 하세요. 선생님의 부탁이니 꼭 지킬 수 있지요? 이제는 언니들이 되니까 1학년 때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해야 된답니다. 선생님이 준 그림일기장에 하루에 한 편씩 글도 꼭 써서 새 선생님께 자랑하세요."
"예. 선생님! "
3년을 보낸 내 고향같은 연곡분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수업 날. 나는 아이들의 눈을 피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교실 밖에서는 3학년 기운이가 붉어진 눈으로 나를 불러내고 고학년 아이들도 하나 둘 씩 내려와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송별회를 준비하겠다던 아이들을 말린 것은 그냥 조용히 헤어짐을 맞고 싶었던 선생님들의 뜻이었고 가는 선생님들보다 남은 아이들이 더 상처를 받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길지 않은 3년 동안 참 많은 일과 시간들을 함께 나눈 우리들은 이미 눈물이 마음속에 고여서 아무 말도 나눌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오마이뉴스에 들어오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우리 분교 아이들의 추억 창고가 있어 참 다행입니다.
말 대신에 편지를 써서 책 선물에 붙여서 집으로 보내며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아름답게 자라기를 비는 마음만 간절했던 종업식날. 첫해에 졸업을 하고 나간 제자들이 찾아와서 말없는 웃음으로 이별의식을 치르고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나라가 남기고 간 100점짜리 구구단 시험지를 연곡에서 보낸 마지막 수업의 선물로 챙겼습니다. 내 뒤를 이어 꼭 선생님이 되겠다고 약속한 나라의 꿈은 벌써부터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꼭 가져가라며 종이꽃을 만들어 꽂아준 우리 반 꼬마들의 고운 손길이 담긴 스승의 날 꽃바구니도 잊지 않고 챙겨야겠습니다. 학교를 아껴온 선생님들과 학부모님 덕분에 금년에는 1학년이 다섯 명이 입학하게 되어 전교생이 3명이나 늘어나서 떠나오는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160개가 넘는다는데 우리 연곡분교는 그래도 부자이니 말입니다. 부디 이 작은 산골분교가 아이들의 보금자리로 오래도록 아이들과 지역민의 곁에서 사랑받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