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에러화폐를 인정하자!

우리 에러화폐 발생가능성 외국의 1/10 - 1/100 정도 추정

등록 2006.02.24 16:49수정 2006.02.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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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권의 에러화폐 발생빈도는 얼마나 될까? 새 오천원권에서 20여 종류 이상의 위조방지요소 중 하나인 홀로그램이 부착되지 않은 지폐가 시중에서 발견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우리나라 에러 화폐 발생률은 얼마 정도인지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세계 주요국 에러화폐 발생률은 1백만 장당 평균 2장

우리나라의 연간은행권 제조 수량은 8억 장 이상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밝혀진 에러화폐 발생빈도는 최근 3년간 1건도 없을 정도이다. 설령 발견되어도 수집용으로 소장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추정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의 에러화폐 발생률은 대략 1백만 장당 최대 6장, 평균 2장 정도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대략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어느 국가도 공식적으로 에러화폐 발생 건수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연간 화폐발행량에 대한 에러화폐가 발견되는 수량과 에러화폐의 수집가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시장 규모를 보고 추정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에러화폐 발생빈도는 1천만 장당 1장에서 1억 장당 1장 정도로 외국의 1/10에서 1/100 정도로 추정된다.

뉴질랜드 조폐국 홈페이지
외국에서는 에러화폐를 수집하는 취미로서의 장르가 형성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에레화폐를 수집취미로 할 만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미미한 상태다. 에러화폐 발생률을 제로로 할 수는 없는 걸까?

그 답은 "할 수 없다"이다. 불량률이 제로인 제품은 있을 수 없고 화폐도 일종의 제품이므로 언제든지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많은 시설과 인력에 따른 비용을 들인다면 에러화폐의 수량을 감소시킬 수 있으나 얼마만큼의 에러화폐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얼마만큼 비용이 소요되는가? 경제적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어느 정도의 에러화폐를 묵시적으로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정책적 의사결정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왕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면 어느 정도의 에러화폐를 허용할 것인지를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불량률 제로이겠지만 우리나라의 화폐제조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보다 1천만 장당 1장의 에러화폐를 더 줄이기 위해서는 시설과 인력을 합해 연간 약 1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2천만 장당 1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수백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전혀 에러화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경제적 효율성 측면과 국민세금의 효과적 사용측면 등 또 다른 관련 요소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세계 대부분 조폐국의 운영은 화폐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가에서 직접 제조 발행하는데 이들 선진국 조폐기관 정책결정자의 의견은 적정 수준의 에러화폐에 대한 묵시적 인정이 화폐제조 비용을 절감하고 위조범들의 위조 의도를 줄일 수 있는 상당한 순기능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높은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일정률의 의도적 에러화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러화폐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보수적이고 경직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에러화폐 발생빈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국민들이 에러화폐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현금에 대한 애착심이 높은 국민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6 시그마 이하의 에러화폐는 경제혼선과 같은 악영향이 거의 없음에도 과다할 정도로 민감하다. 위조지폐는 국가경제질서와 국가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관심도가 에러화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평소 국민들이 에러화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면도 있다.

에러화폐는 행운?

에러화폐에 대한 과다한 민감성이 국민 세금의 비효율적 지출 원인이 된다는 사실과 에러화폐가 위조범을 찾아내거나 위조를 방지하는 효과도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에러화폐 발생빈도가 1백만 장당 2~3장이고 우리나라는 이의 1/10 내지 1/100인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불량 감소정책이 지향목표이거나 자랑거리가 아니라 세금의 낭비를 가져오고 비효율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화폐유통상의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에러화폐가 묵시적으로라도 허용되었다면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은행권 교체의 필요성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새 오천원권에 홀로그램이 부착되지 않은 화폐는 위조지폐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고 진권으로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 어디에서도 교환이 가능하다.

실제로 에러지폐를 교환해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최소한 법적으로는 그렇다. 어쨌든 에러화폐는 수집가들 사이에 고가로 거래되므로 에러화폐의 행운이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소지한 지폐를 다시 펼쳐보는 사람도 많아질 것 같다. 이번 에러화페가 확실한 위조방지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구 오천원권이 만원권과 같은 수준의 위조방지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조지폐가 만원권보다 훨씬 많은 것은 국민들이 저액면으로 오천원권 위조지폐에 대한 관심이 적어 위조범들 입장에서는 위조 사실이 발각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고도의 위조방지 기술을 적용한 화폐라도 사용자의 관심도가 낮으면 위조지폐의 발생 가능성은 높다. 취미의 한 장르로 에러화폐 수집가가 외국에서는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에러화폐의 발생빈도가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한 장의 에러화폐가 발견되면 매스컴에서조차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난리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에러화폐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관대한 것을 알 수 있는데 화폐법 등으로 화폐 본연의 용도 이외에 에러화폐처럼 희귀 가치를 가지고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도록 얼마든지 법을 통하여 제재할 수 있음에도 모르는 척 묵인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

뉴질랜드를 비롯한 몇몇 국가는 조폐국 홈페이지에 아예 에러화폐의 유형들을 제시하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아무리 정교한 위조 방지기술도 위조화폐의 근절은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계속 위조범과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고 국가는 이의 방지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의 소모적 비용을 줄이고 위조방지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에러화폐를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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