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은 어떻게 선물을 마련하는가?

[북한상식] 북한 방문 때 알게 된 국방위원장의 선물 내막

등록 2006.02.25 14:48수정 2006.02.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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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평양산원의 최신 설비를 갖춘 치과. 물론 무료. 이 설비도 김 위원장이 보낸 것.

평양산원의 최신 설비를 갖춘 치과. 물론 무료. 이 설비도 김 위원장이 보낸 것. ⓒ 이창기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한 16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생일(2.16)에 즈음해 북한 최대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평양산원에 산(山)꿀을 보냈다고 한다.

산(山)꿀 뿐만 아니라 수자식(숫자식, 디지털) 유선촬영기와 수자식 종합렌트겐(X-선) 장치, 산아 인공호흡기와 같은 최신 의료기구 100여종과 50여종의 경영용 설비까지 함께였다.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산원에 여러 차례 선물을 보냈다. 지난해 남북여성대회 취재차 평양산원을 방문했을 때, 그곳 엘리베이터, 고급 의료기계 등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물’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디지털 종합렌트겐 촬영기와 치과 치료기계는 최신식 고급품들이었다.

a 평양산원에 걸린 김 위원장의 메시지

평양산원에 걸린 김 위원장의 메시지 ⓒ 이창기

그런데 김 위원장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저렇게 많은 선물을 보낼 수가 있었을까?

지난해 북한에서 만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기관지의 허철남 기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선물을 마련하여 보낸다고 설명해주었다.

대표적인 방법이 본인이 받은 선물을 다시 나누어주는 경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수없이 많은 선물을 받는다고 한다. 온갖 보약재에서부터 희귀한 보석, 해외에서 구해온 것들인데, 그것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잘 모아 두었다가 다시 선물로 보내준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 보낸 선물은 민족의 자랑거리로 영원히 남기기 위해 국제친선 전람관에 보내진다. 스웨터 한 벌도 거의 예외 없이 보내진단다.


또 다른 경우는 농장원에서 올라온 돈을 활용하는 방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현지 지도를 받은 사업장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명예 농장원으로 등록시킨다. 그리고 한 농장원의 월급을 김 위원장에게 지급한단다.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을 김 위원장은 다시 필요한 곳에 트랙터를 사서 보낸다든지 아니면 선물을 보낸다든지 한다는 것이다.

허철남 기자는 그 선물과 돈이 남쪽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에 북한 곳곳에 그 흔적이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모두 결국 주민들이 위원장에게 준 것을 다시 돌려받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지도자 사이에 존경과 사랑이 싹트게 된다는 게 허 기자의 설명이었다.


북한 기업소는 노동당 관할, 이익금으로 국가 운영

a 평양산원

평양산원 ⓒ 이창기

그리고 마지막 경우가 당에서 보내는 선물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북에서는 당이 곧 수령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당에서 보내준 선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내준 선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북한의 대부분 기업소는 노동당 관할로 되어 있다. 당은 기업소에서 남긴 자금으로 농민들의 쌀을 비싸게 사서 싸게 되파는 추곡수매제도를 운영하고 각급 학교와 시설 등에 당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이름으로 지원과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여기서 북한은 세금이 없는 나라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북한이 사회주의기 때문에 월급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고 겨우겨우 배급을 받아 살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북의 기업소 자체가 당의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걷을 필요가 없다. 그 이익금만으로도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여러 분야에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론 현재 여러 가지 난관으로 각 기업소의 생산력이 떨어져 경제적 어려움은 없지 않다고 북측은 말한다. 그래서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7.1 경제조치(2002년 실시한 개혁정책, 기업의 독립채산제 및 자율화 강화)로 일정한 변화가 없지는 않지만 생산과 분배의 근본적인 틀은 여전하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남측의 대기업을 모두 당이 소유하고 그 이익금으로 당이 국가 살림살이를 책임진다고 보면 된다. 북한 곳곳에 지도자가 보낸 선물이 많은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와 함께 실린 기사

덧붙이는 글 자주민보와 함께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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