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원래 밤은 어둠이 활보하는 시간이다. 어둠이 활보하면 그때부터 우리의 시야엔 어둠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낮의 세상 풍경은 그와는 정반대이다. 빛이 풍요로운 그 시간엔 어디나 빛이 지천이지만 사람들은 온통 세상을 빛이 뒤덮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 시간에 우리의 눈엔 빛보다는 그 빛 속에 제 색깔과 제 형상을 드러낸 세상이 보일 뿐이다. 어둠은 세상을 가리고, 빛은 세상을 드러낸다. 그 때문에 아무도 빛이 세상을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늦은 밤, 밤이라서 더욱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도시의 거리를 걸을 때면 나는 한낮의 그 풍요롭던 빛이 사실은 그 빛으로 세상의 다른 빛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한낮의 그 빛은 하늘에서 온다. 내가 도시의 밤거리를 걸을 때, 가로등이나 네온사인으로 피어나는 그 빛은 땅의 빛이다. 한낮의 빛이 눈을 찌를 듯 강렬할 때 땅의 빛은 켜있어도 숨죽이고 있는 듯하다. 한낮에 켜있는 가로등을 생각해보라. 그 빛은 삭제되어 있으며, 왜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세상에 어둠이 들면 이제 땅의 빛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어둠은 빛의 놀이터이다. 나는 종종 암흑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중세가 사실은 어둠의 시대가 아니라 하늘의 빛이 땅의 빛을 억누른, 그러니까 빛에 의한 빛의 억압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현대는 그 땅의 빛을 되찾으면서 어둠을 빛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 지난 2월25일 토요일, 갑자기 그 땅의 빛이 그리웠다. 나는 늦은 시간까지 어둠 속에서 놀고 있을 그 빛이 보고 싶었고, 그래서 잠실의 롯데월드를 찾았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밤이 오고 어둠이 짙어지면 그곳은 어둠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빛의 섬이 된다. 그 빛의 섬에선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즐겁고 흥겹게 놀 수 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한낮의 빛 속에서 이곳이 마법의 성임을 알리는 글자는 석고상처럼 굳어있었다. 그러나 밤이 오면 그 글자는 살아서 피가 돌기 시작한다. 굳어있는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낮에도 에스컬레이터는 같은 자리를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낮에 내가 받은 인상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내장같다는 느낌이었다. 밤은 그 투명함을 걷어내 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진한 채색의 어둠을 채워놓는다. 그 순간 그 진한 어둠은 빛의 수로가 된다. 에스컬레이터는 밤엔 혜성처럼 꼬리를 길게 끌며 그 빛의 수로를 유영한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이 놀이기구는 꼬고 비틀고 뒤집으며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빛의 것이다. 빛이 어둠을 놀이터 삼아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가를 알아보려면 잠시 그 족적을 따라가 보면 된다. 보시라. 빛이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지 않은가. 빛은 즐거움은 신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현란할 정도이다. 빛의 그 신나는 즐거움 때문에 아마도 밤에 이 놀이기구를 탄 사람들은 더더욱 즐거웠을 것이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밤의 빛은 한낮의 빛과 달리 굳어있지 않다. 밤의 빛은 때로 끊임없이 깜빡인다. 밤의 빛이 깜박일 때마다 빛은 어두운 허공을 빙글빙글 돌면서 동시에 제가 서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내달린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오, 불이라고 착각하지 마시라. 빛을 색깔로 물들이고, 그 빛에 바람을 곁들이면 그곳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이 타오른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아마도 한낮이었다면 저 속의 빛은 안에서 숨을 죽인채 내내 갇혀있는 신세였을 것이다. 그러나 밤이 오면 빛은 어둠의 수로를 타고 바깥으로 외출할 수 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밤의 지붕 위에선 빛이 피워낸 꽃이 자란다. 빛의 꽃은 물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는다. 다만 물대신 적당한 어둠으로 그 주변을 적셔주어야 한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원래 풍차는 평생 춤을 추며 살아가는 것이 숙명이었다. 그러나 풍차는 그 숙명은 위하여 언제나 바람을 유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곳의 풍차는 더 이상 바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이곳의 풍차는 빛으로 장식한 스커트를 차려 입고 제 춤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풍차의 춤은 단조롭지만 그 빛의 스커트 때문에 유혹은 번번히 성공한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멀리 아파트에도 빛이 들어온다. 어둠과 빛이 적당히 뒤섞이고 그 자리에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면 그곳은 사랑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동원 (backnine) 내방 구독하기 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모이] 베란다에서 지켜본 '블랙이글스' 에어쇼 연습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AD AD AD 인기기사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어둠은 빛의 놀이터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팔순잔치 쓰레기 어쩔 거야? 시골 어르신들의 '다툼'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 국힘-용산의 '대환장' 질의응답 [주장] 변호사가 본 이재명 1심 판결과 민주당이 해야할 일 천막 탈의하는 여자선수들이 충격? 더한 것도 있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