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반 친구들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청소년위원회
수준별 수업을 하지 않는 2학년 교실 상황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수업 때면 '난장판'이 된다. 크게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 간단히 말해 공부하려는 아이, 공부에는 관심도 없는 아이다.
전자는 수업시간마다 뒤에서 떠드는 친구들 때문에 수업을 듣는데 방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후자는 관심도 없는 수업을 듣느니 시간이나 빨리 보내기 위해 소란스럽게 떠들다가 교사의 지적을 받으면 음악을 듣거나 휴대폰 문자 그리고 심지어는 자는 경우도 있다.
결국에는 잘하는 친구들까지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수업은 마다하고 오히려 학원, 과외 수업에 치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또 공부를 하려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서울 3개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초등학교 수준부터 고등학교 1학년 수준까지 문제를 내 시험을 봤는데 기본 수준을 만족시킨 학생이 전체의 50%에 못 미쳤고, 37%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중학교 1·2학년 수준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수준별 수업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수준이 다른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학습 능력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학교는 상위 2%를 위한 곳이 아니다
수준별 수업 이후 일부 교사들은 "예전에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한 곳에 몰려 있다 보니 중간 정도 수업 수준을 유지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다 보니 오히려 수업진행이 수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교가 상위 2%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가 대학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면 할 말이 없다.
난 여기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교육의 균등이란 모든 학생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을 상중하로 나눠 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교육 정책 입안자들이 좀 더 실제 학교 교육과 맞는 방식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수준별 수업보다는 정말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수업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능력있는 교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수준별 수업 도입으로 사교육 시장 과열을 식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해석이다. 상위권 학생과 중위권 학생, 하위권 학생 할 것 없이 정말 공부할 의욕이 있는 학생들을 차별 없이 배려하는 것이 바로 균등한 교육이다. 이들이 있는 교실이라면 어떤 수업이든 서로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개별적 특성 살린 교육제도 확대해야
한편으로는 공부에 관심없는 학생들을 차별하는 거 아니냐고 반발할 테지만 이들을 위해 개별적인 특성을 살린 교육제도를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직업반을 지원해 열심히 항공 기술을 배우고 있는 내 친구는 왜 이런 일을 예전부터 할 수 없었는지 아쉬워하며 지금은 항공정비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공부를 하기 싫은 것이 아니다. 단지, 이것 하나. 우리가 상중하로 나뉜 정육점의 돼지고기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이재승 청소년 기자는 스스로넷 뉴스와 SBS U-porter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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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중하'로 나뉘는 정육점 고기가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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