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심하면 안되겠냐고?

[取중眞담] 무선인터넷, '안심정액제' 보다 '청소년 요금상한제'가 필요

등록 2006.02.27 08:50수정 2006.02.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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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TF는 3월 초부터 기본료 5000원만 내면 매직엔 등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통화료 2만원 어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아무리 무선인터넷을 많이 사용해도 월 요금을 2만6000원만 받는 '범국민데이터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KTF는 3월 초부터 기본료 5000원만 내면 매직엔 등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통화료 2만원 어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아무리 무선인터넷을 많이 사용해도 월 요금을 2만6000원만 받는 '범국민데이터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 KTF


"안심하옵소서."

KTF의 새로운 요금제를 소개하는 TV광고에서 모델 문근영씨가 날린 카피다. 아무리 무선인터넷을 많이 써도 요금이 2만6000원을 넘지 않는 요금제가 나왔으니 앞으로는 안심하고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이동통신 업체가 보기에도 그동안 뭣 모르고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했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입이 떡 벌어졌던 이용자들이 많긴 많았나 보다. 앞다퉈 이용요금을 대폭 할인해주고 상한선을 정해 더 이상 요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니 말이다.

KTF는 3월 초부터 기본료 5000원만 내면 매직엔 등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통화료 2만원 어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아무리 무선인터넷을 많이 사용해도 월 요금을 2만6000원만 받는 '범국민데이터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SK텔레콤도 기본료 1만원에 5만원 상당의 데이터무료통화를 제공하고 3만원의 요금 상한이 적용되는 '데이터 안심정액제'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니까 정액요금 사용하라"던 업체들

그동안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요금은 이용자들을 울리는 원성의 대상이었다. SK텔레콤의 네이트, KTF의 핌, LG텔레콤의 이지아이에 접속해 벨소리, 휴대전화 배경 화면 등을 다운받거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과되는 어마어마한 요금 때문이었다.


대부분 무선인터넷의 요금체계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들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는 요금을 부과받고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이동통신사들이 사전에 요금정보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과도한 요금을 물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이통사들은 "그러니까 무선인터넷 정액요금을 사용하면 되지 않냐"거나 "이용요금이 4만원, 8만원을 넘어갈 때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고 있다"는 핑계를 대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는 귀를 막았다. 무선인터넷으로 특정 콘텐츠를 구입하는 경우 콘텐츠 가격과 함께 이를 내려받을 때 발생하는 데이터통화료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려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였는데도 말이다.

정부에서 제도개선안을 마련한다고 하자 마지못해 준비는 하고 있지만 무선인터넷 요금이 업체들의 1인당 매출액을 높이는데 가장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터라 내키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안심요금, 그래도 가입비 만만치 않을텐데...

a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의 일반적인 서비스. 무선인터넷을 애용하는 소비자들 가운데에는 천문학적인 요금을 물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의 일반적인 서비스. 무선인터넷을 애용하는 소비자들 가운데에는 천문학적인 요금을 물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이런 와중에 최근 KTF 가입자인 한 중학생이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 게임 등을 하다 사용요금 370만원이 나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스스로 요금 지불 능력이 없는 청소년들이 상식선을 넘는 무선인터넷 사용량을 기록해도 제어할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이통사들은 요금 정액제에 가입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애써 책임을 피하려 하겠지만 맘놓고 정액제에 가입할 수 있는 청소년은 그리 많지 않다. 새로 추가되는 기본요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학생의 자살로 무선인터넷 요금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되자 업체들은 무선인터넷 정액제의 기본요금을 낮추고 할인율을 높인 요금제를 강조하며 여론을 무마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다들 여유가 있어 이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청소년들은 어쩌란 말인가. 휴대전화 요금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요금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굳이 별도의 정액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미성년자인 청소년이 감당할 수 없는 요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어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 가입자의 요금이 5만원이 넘는 경우 본인과 보호자에게 이를 통보하고 더 이상 요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발신을 정지시키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당장 무선인터넷을 겁없이 사용하는 우량고객인 청소년들에게서 발생하는 매출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청소년들 지갑 털 때는 지났다

이미 이동통신사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이미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순이익은 1조8713억원, KTF는 5470억원, LG텔레콤은 2368억원에 이르고 있다.

청소년들의 주머니까지 털어 매출을 확대하고 순익을 더 늘릴 궁색한 처지는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통사들이 청소년들에게 이런 상담전화를 해주는 것은 어떨까.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요금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밀린 휴대전화 요금을 빨리 내라는 독촉 전화를 하기 전에 말이다.

"고객님, 무선인터넷을 너무 많이 사용하셔서 이번 달 요금이 벌써 4만원이 넘었습니다. 5만원이 넘으면 발신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저희야 고객님이 많이 사용하시면 매출이 올라 좋지만 고객님의 요금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으니 과도한 사용을 자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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