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환상이 넘치는 프랑스 뮤지컬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프리뷰 공연 관람기

등록 2006.02.28 13:43수정 2006.02.28 13:44
0
원고료로 응원
a 뮤지컬<벽을 뚫는 남자> 포스터

뮤지컬<벽을 뚫는 남자>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좋은 뮤지컬 공연을 만났을 때, 주체할 수 없이 차오르는 욕망 세 가지. 하나, 더 앞자리로 가고 싶다. 둘, 더블 캐스팅 배우도 꼭 보고 싶다. 셋, 이름 모를 신기한(실력으로) 배우는 또 누군가, 새로운 배우를 알게 될 때마다 저 배우의 다른 공연도 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진다. 그만큼 뮤지컬 공연에서는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모든 공연이 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건 아니었다. 최근 들어서는 뮤지컬에 관한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여러 매체를 통해 공연시장을 분석한 흥미로운 기사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만큼 한국 뮤지컬 시장이 양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 그러나 양의 향상이 질의 향상을 늘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는 바다.


2월 27일 월요일. 모든 공연인들의 공식적인 휴일이라는 월요일이다. 28일 본공연에서 앞서하는 프리뷰 공연에 당당히 당첨되었다. 나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공연당첨이라는 문화적 행운을 얻어 낯선 사람들과 함께 <벽을 뚫는 남자> 프리뷰 공연을 보게 됐다.

그런데 시작부터 노래만 부르는 배우들이 다소 낯설다. 앗, 그 때 떠오른 기억들. 주구장창 노래만 부르던 그 영화, <쉘브르의 우산이다>. 프랑스 뮤지컬이라더니 이런 건가 보다. 그래서 뮤지컬 공연은 볼 땐 꼭 사전에 공부를 해야 한다. 모든 내용을 다 알고 본다고 해서 결코 그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독특한 예술세계가 뮤지컬인 것이다.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마르셀 에메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쉴 새 없이 노래하는 영화 <쉘브르의 우산>의 작곡자인 미쉘 르그랑의 작품이다. 1999년 프랑스에서의 초연 후 브로드웨이에서 프랑스문화 붐을 일으키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관객에게 뮤지컬은 일종의 환상이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환상이라는 장치를 통해 관객과 교감하는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는 어느 특별하지 않은 날에 특별히 선사받은 벽 뚫는 능력이, 보통 사람의 소박하지만 지루한 일상을 뛰어넘는 환상의 장치가 되어 준다. 물론 기대했던 환상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 다름이 실망감으로 이어지는 공연이 아니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어느새 너무 익숙해진 브로드웨이 뮤지컬. 당연히 뮤지컬이라하면 현란한 춤동작과 화려한 코러스, 번쩍번쩍한 조명, 꽤 많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보여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너무 익숙해진 미국식 뮤지컬의 잔상에 당황했다. 게다가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공연에 조금 더 당황했다. 춤도 율동수준을 조금 벗어난 정도 아닌가. 그렇지만 시작부터 클래식하고 소박하게 느껴지는 연주는 과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어느 뮤지컬의 흥행공식에 따르면 초반 10분과 후반부는 관객의 혼을 쏙 빼놓아야 한다는데... 어째, 시작이 너무 조용한 거 아냐.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뮤지컬은 코러스가 없단다. 게다가 배우 모두가 독창곡을 부르고 있다. 그것도 다들 예사롭지 않은 실력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박상원과 엄기준이 주연 듀티율 역에 더블 캐스팅 되었다. 듀티율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 이사벨역은 가수 해이와 뮤지컬 배우 임수연이 더블로 출연한다. 프리뷰 공연에서는 젊은 베르테르 슬픔, 헤드윅 등 쉬지 않고 뮤지컬의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엄기준이 출연했다. 여러 작품에서 이미 주연으로 활약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이제야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런 연기를 선 보였다.


가수 해이도 이 공연에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알려진 대로 너무 예쁜 목소리와 고운자태로 남편이라는 또 다른 벽 속에 갇힌 아름다운 여자, 이사벨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이 외에도 조연급 배우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공연초반의 낯설고 긴장된 분위기는 김성기의 등장과 함께 무너졌다. 관객은 그가 등장할 때마다 박수와 웃음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의 특유의 연기력은 이 공연에서도 빛나고 말았다고 해야 할 정도. 배우들 대부분이 일인 다역을 충실히 소화해 내고 있는 이 공연에서 관객의 박수로 인정받은 배우는 김영주. 이름은 생소하지만 제 7회 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실력파 중견배우다. 샬랄라 음악교실의 최혁주의 코믹연기와 노래도 볼만했다. 관객들은 행복하지 않은 결말에도 공연 중에 미처 보내지 못했던 환호와 박수를 커튼콜 때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두 시간이 넘는 공연관람을 마치며, 어쩌면 이 공연에서는 ‘벽폐인’들이 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상원과 임수연의 공연은 언제 보아야 하나 마음속에 갈등을 일으키면서, 오늘의 특별공연과 상관없이 대부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예술의 전당을 나섰다. 마음 속으로는 <벽을 뚫는 남자>의 파이팅을 힘껏 외쳐 주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연일시:2006.2. 28~4.2 평일 8시/토요일 4시,8시/ 일요일 및 공휴일 3시, 7시
공연장소: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출연진:박상원/엄기준(듀티율 더블), 해이/임수연(이사벨 더블), 김성기, 임철형, 김영주,최혁주, 오세준, 강연종, 조유신, 유혜령, 김승필, 조정석.
더 자세한 정보는 http://www.musicalpass.com

덧붙이는 글 <공연정보>
공연일시:2006.2. 28~4.2 평일 8시/토요일 4시,8시/ 일요일 및 공휴일 3시, 7시
공연장소: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출연진:박상원/엄기준(듀티율 더블), 해이/임수연(이사벨 더블), 김성기, 임철형, 김영주,최혁주, 오세준, 강연종, 조유신, 유혜령, 김승필, 조정석.
더 자세한 정보는 http://www.musicalpass.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