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넘어 '2학년10반' 학급 앨범이 도착했습니다.한나영
선생님은 딸에게 '깜짝 선물'을 주시려고 계획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채팅을 하던 친구가 입이 간지러웠던 모양인지 그만 참지 못하고 딸에게 발설을 해버렸습니다. 그런 탓에 딸아이는 이미 '도착할 선물'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눈이 빠져라 기다리며 매일 우체통을 뒤졌습니다. 바로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억의 앨범이 온 것입니다.
마치 먼 고향에서 그리던 애인이라도 온 양 딸아이는 굉장히 기뻐합니다. 식구들의 시선이 모두 소포에 쏠립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혼자서만 몰래 뜯어보겠다고 소포를 들고 쌀쌀맞게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 궁금하기도 하여라!
얼마가 지나고 난 뒤에서야 저는 CD를 컴퓨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여드름이 도톨도톨 돋아난 중학생들의 학교생활과 학교 밖 생활이 화면 가득 들어옵니다. 눈에 익은 아이들의 일상도 새삼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눈을 가리고 목발을 짚은 불편한 모습으로 장애 체험을 하는 아이들의 진지함, 화려한 사복차림으로 목젖이 다 보이게 웃는 여행 떠난 아이들의 싱그러움, 이 모든 것들이 추억의 보고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탱탱하고 활달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들이 금방이라도 모니터에서 뛰쳐나올 것 같습니다. 좋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