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서울은 사실 살기에 그렇게 탐탁한 도시는 아니다. 하루 종일 자동차 소음이 끊이질 않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때로는 길을 걸을 때도 줄을 서서 걸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서울이 싫은 가장 큰 이유를 손에 꼽자면 그것은 이곳의 혼탁한 공기때문이다. 나는 강원도의 산골에서 20여년을 자라다 서울로 이사를 온 관계로 더더욱 이 혼탁한 공기에 대해 예민한 편이지만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하루 종일 숨을 쉬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을. 때문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교통의 편리함과 볼거리의 풍성함을 생각하면 어느 도시도 서울을 따를 수가 없다. 한 예로 서울에선 한 시간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종로 거리에 자리잡은 인사동으로 걸음할 수 있으며, 그곳에선 길거리의 상점도 구경거리가 되거니와 아울러 많은 갤러리들이 다양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2월 27일 월요일, 나는 바로 그 인사동 거리를 쏘다녔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이미 언급한 대로 서울의 공기는 탁하다. 인사동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그곳에 가면 우리는 탁한 공기를 그곳의 문화로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화는 일종의 또다른 숨이다. 우리는 대기로만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때로 문화로 숨을 쉰다.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호흡도 공기 알갱이로만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인사동은 서울에서 손쉽게 다양한 문화를 호흡할 수 있는 거리 중의 하나이다. 나는 그 거리의 숨 갤러리에 들어가 그곳의 설치 예술품을 내 멋대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큰사진보기 ▲김동원 종종 예술은 그 난해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무게로 인하여 그 앞에 서는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로 너무 가벼워 어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아니, 이게 뭐야. 그냥 천조각을 이어붙여 놓은 거잖아.”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음에도 조화로운 음이 있으니 색깔에도 분명 조화가 있을 것이다. 조화로운 음이 그냥 듣고만 있어도 좋듯이 색의 조화 또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모든 것이 제 용도에 갇혀있다. 빨래장갑도 빨래하는 용도에 갇혀 있다. 여자도 한동안 여자에 갇혀 있었다. 아니 아직도 많은 곳에서 여자는 여자에 갇혀 있다. 여자를 해방시키고 싶거든 일단 빨래장갑을 먼저 해방시켜야 한다. 그 해방을 누가 눈치채랴. “빨래장갑도 예술이 되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키득키득 웃고 지나갈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빨래장갑이 제 용도를 성공적으로 탈출한다. 여자가 여자를 탈출하는 것도 예술의 힘을 빌면 좀 더 교묘하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모른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대개의 지퍼는 거의 항상 닫혀있다. 그러나 이곳의 지퍼는 거의 항상 열려있는 분위기이다. 열어놓은 틈 사이로 문화의 바이러스를 내보내 세상을 감염시키겠다는 듯. 아니면 지퍼를 반쯤 열어놓은 것에 주목해 볼 일이다. 반쯤 열어놓으면 이곳에서 세상이 엿보이고 저곳에선 이곳이 들여보인다. 엿볼 때 세상이 은밀한 곳까지 모두 보일 때가 있으며, 들여다 볼 때 속이 제대로 보일 때가 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변기 아래서 세상을 올려보다. 다행이 올려다보는 동안 아무도 실례하러 오지 않았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세계 최초의 집단형 오손도손 화장실. 실례도 모여서 함께 하면 더욱 정겹다. 내 말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이 된다면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한 번 떠올려 보시라. 나는 그 영화에서 남과 북이 대립을 화해 무드로 바꾼 결정적 계기가 메밀밭에서의 공동 실례 때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아까 내가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았던 변기가 어떤 거더라? 큰사진보기 ▲김동원 색즉시공. 색은 즉 공이니라. 정말이지 색의 속은 비어 있었다. 큰사진보기 ▲김동원 당신은 인형을 고를 수 있다. 인형에게 이름을 붙여도 된다. 보장은 못하지만 당신이 인형을 집어든 순간 그건 인형이 아니라 행운을 집어든 것일 수도 있다. 핸드폰에 매달고 다니면 당신의 모든 대화를 엿듣겠지만 절대로 당신의 비밀을 발설하는 법이 없다. 두 개를 산다면 그들을 자매로 엮어줄 수도 있다. 인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자, 이런 데도 당신은 이 인형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큰사진보기 ▲김동원 먹는 것만큼 땅에 질기게 귀속된 것이 있을까. <털보네>의 찹쌀 옥수수 호떡을 사먹기 위해 사람들은 아예 포장마차를 둘러쌌다. 문화도 때로 그것을 호흡하고 향유하기 위해 둘러싸서 지켜야 할 때가 있다. 덧붙이는 글 | 마지막 두 장의 사진은 인사동 거리에서, 나머지는 모두 숨 갤러리에서 찍었다.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덧붙이는 글 마지막 두 장의 사진은 인사동 거리에서, 나머지는 모두 숨 갤러리에서 찍었다.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동원 (backnine) 내방 구독하기 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모이] 베란다에서 지켜본 '블랙이글스' 에어쇼 연습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AD AD AD 인기기사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문화는 또다른 숨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사다리 타고 올라간 동료의 죽음, 그녀는 도망치듯 시골로 갔다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팔순잔치 쓰레기 어쩔 거야? 시골 어르신들의 '다툼' [주장] 변호사가 본 이재명 1심 판결과 민주당이 해야할 일 윤석열·심우정·이원석의 세금도둑질, 그냥 둘 건가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