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방과 후 학교는 '비만 퇴치용'

[호주는 지금] 청소년 25% 과체중... 방화 후 스포츠 시간 마련

등록 2006.03.02 09:33수정 2007.06.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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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교육부가 발표한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호주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양국 간의 '방과 후 학교'에 대한 모습과 내용을 비견해 볼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호주 교육부는 지난 2005년 2월 첫 학기부터 전국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수업을 마친 후 별도의 스포츠 시간을 마련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현재 1400개 학교가 참가중이며, 2007년까지 3250개 학교를 목표로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호주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 신체 활동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유는 호주의 아동 비만율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이후 비만아 비율이 급속히 팽창하기 시작해 2005년에는 2세 이상~10대 청소년 4명 중 1명이 비만 또는 과체중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세 미만 비만인구는 150만 명에 이른다.

호주 정부는 "일상생활과 식습관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사회적 차원에서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만은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결국에는 호주 사회 전체를 망가뜨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 하에 총 1억16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어린이 비만 바로잡기 4주년 계획에 돌입했다. 저지방 고야채식 위주의 식습관 개선과 스포츠 활동 강화를 양대 축으로 하는 호주의 어린이 비만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방과 후 스포츠 학교'가 탄생한 것이다.

호주 어린이들은 방과 후면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채팅,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느라 대부분 집안에 틀어박혀 좀체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달 호주 언론은 인터넷 채팅과 휴대전화 문자 보내기로 학생들이 만성 수면 부족상태에 있다고 보도하며, 이로 인해 가중된 피로와 집중력 저하, 운동능력 부족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어린이들의 신체 활동 시간이 이래저래 줄고 있다. 일을 하는 부모들일수록 교통사고나 유괴 등을 염려하여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자녀들이 가급적 집안에서 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001년 호주 인구조사국의 통계에 의하면 15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의 43%가 맞벌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의 자녀들이 햄버거나 피자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집안에만 있다보니 맞벌이 가정의 증가가 아동비만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방과 후 스포츠 학교'는 고비용의 사설 클럽 위주로 짜여진 어린이들의 스포츠 활동을 학교로 끌어들여 학내에서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저소득층 자녀들과 맞벌이 자녀들에게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 제공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방과 후 3시부터 5시 반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각급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스포츠 단체,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을 저녁 때까지 돌봐주는 탁아기관과 연계되어 진행된다. 학생들은 별도의 가입비 없이 게임위주로 짜여진 흥미 있는 스포츠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방과 후 학교는 그 분야의 스포츠 전문가들을 담당 지도교사로 구성하고, 1년 이상 아이들과 활동 해 온 경험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호주 교육부는 이와는 별도로 호주의 모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일 1시간씩 밖에서 여가 시간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푹신한 소파와 컴퓨터에 붙박이처럼 달라붙은 채 인스턴트식품을 끊임없이 먹어대는 어린이들을 앉아있는 의자째 들어 농구대와 수영장으로 밀어 넣는 장면이 들어있는 정부 공익광고가 어린이들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대면 수차례 전파를 타고 있다.

지금 호주엔 어린이 비만을 지금 잡지 못하면 국민들의 정상체중 회복 기간은 5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에 힘입어 어린이가 병들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는 결의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상태이다.

덧붙이는 글 | <한국교육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한국교육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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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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