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백수광부
무대는 단순하다. 꽃들, 솜털같은 구름 한 점, 싱그런 나무와 그린 벤치가 무대의 전부이지만 부족함은 없다. 아픔, 상처 같은 말들은 숨어 있을 곳도 없는 이 작은 무대 위에서, 즉 어느 여학교의 테니스코트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딸과 아들은 테니스를 치고 있고, 엄마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평범한 가족의 즐거운 소풍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가족에겐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상처가 있다. 아버지가 딸을 강간하였다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과거를 안고 있다. 그러나 연극은 자극적인 '근친상간'이라는 소재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과거가 불러온 현재의 모습에 더 관심을 둔다. 이 가족의 비정상적인 모습에, 그 속에 드러나는 상처들에, 아픔에 집중한다.
엄마는 남편의 사랑을 딸에게 뺏겼다 생각하고,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을 질투한다. 아들은 딸(누나)의 몸을 훔쳐보며, 학교에선 따돌림을 당한다. 딸은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아버지 또래의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비정상적인 가족을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이 과거에 가졌던 상처는 감히 상상조차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