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실크로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등록 2006.03.03 09:47수정 2006.03.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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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한반도에서 휴전 협정이 맺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전쟁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전쟁은 아직도 동북아의 평화정착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휴전협정이 체결될 당시 미국 워싱턴에서는 유엔의 깃발 아래 군대를 보냈던 유럽 국가들이 "어떠한 무장 공격에도 대응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 선언은 아직도 법적 효력이 있으며 한국의 위기가 동북아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유럽이 동북아의 안정이라는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는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시키자는 북미간 협의를 지지한 바 있다.

또 유럽연합은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기부를 해 왔다. 유럽연합의 경제적·인도적 활동은 이미 평화와 안전에 기여해왔으며 북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 평화를 위한 유럽연합의 역할,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동북아에서 경제가 최우선의 관심사라는 것을 강조했다. 북한을 국제 경제에 통합시킨다면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 이 과정은 넒은 의미에서 정치 안정의 문제나 다름없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평화적 정권이 정착될 것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채 북핵 문제만 해결한다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사실 남북한은 처음부터 출발할 필요도 없다. 1991년 12월 13일에 맺은 남북한기본협정은 이미 평화체계의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핵 위기 때문에 이 기본 협정이 행동으로 옮겨진 적은 없다. 그러나 모든 협정은 문서로 이미 존재한다. 이 기본 협정을 부활시키고 이행할 때 한국 전쟁은 드디어 끝이 날 것이다.

평화 정권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 유럽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군사력의 수준 및 유형에 관해 남북한이 상호 맺은 약속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북한이 채택한 경제 프로그램에 대한 원조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최근 이 지역의 정치 구도 및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 연합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05년 말까지 남북 간 교역량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개성의 남북 합작공단은 이미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철의 실크로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동북아의 협의 사항 중 에너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교통 인프라 구축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두 개의 철도 수송로가 건설되어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첫 시험열차가 비무장 지대를 지나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 '철의 실크로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철의 실크로드' 논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유라시아 철도 연계망을 통해 유럽과 한반도를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2006년 9월 핀란드의 유럽연합위원장 임기 중 열릴 아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다.

이 사업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과 동북아를 육로로 연결하는 것은 경제 및 지정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또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켜야 하는 필요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핀란드는 1999년 유럽연합 위원장 재임시 '북방 협력 사업(Northern Dimension)'이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러시아, 발트해와 북해를 포괄해 이들 간 경제적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에는 '유라시아 협력사업(Eurasian Dimension)'이 시작될 것이다. 이는 동북아의 평화에 아주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다.(*번역: 최진숙)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핀란드의 노력
북유럽 국가들은 동북아의 역사와 지리에 관심을 가져왔다

핀란드가 동북아, 특히 한반도에 대해 가지는 관심은 지리, 지리경제학, 지정학, 역사, 정서, 그리고 심지어 언어학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매우 넓다.

핀란드는 동북아와의 물리적 거리로 따져볼 때 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가까운 나라다. 헬싱키에서 베이징까지 비행기로 8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만약 헬싱키-서울간 직항이 있다면, 그리고 북한과도 항로가 열린다면 유럽과 한국간 최단거리 항로가 될지도 모른다.

핀란드는 동북아와 북유럽을 연결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목적지 중 하나이자 통과역이다. 핀란드의 철도표준궤도는 러시아와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헬싱키에서 러시아-북한 경계선에 위치한 하산(Hasan) 역까지 여행이 가능하며, 나진항까지 123㎞를 더 달릴 수 있다. 나진항도 소련-북한의 협력 당시부터 동일한 표준궤도를 지니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핀란드가 한반도의 동쪽 부분인 '유라시안 육로 교량'의 동북아 허브가 될 것을 희망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철의 실크로드'를 제안했으며 핀란드-한국 간 철도 문제에 대한 협조를 활성화 해왔다.

핀란드는 남한과 함께 2004년에 열린 아셈(ASEM)회의에서 열린 '철의 실크로드 심포지엄'의 공동의장을 맡았고 재정도 분당했다. 북한도 이 심포지엄에 참가했다.

2002년 4월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라시안 철도 심포지엄에는 남.북한의 철도 당국자 및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함께 참가한 바 있다. 이 심포지엄은 핀란드 철도공사의 협조로 핀란드와 동북아 교역 협회의 주도로 조직되었다.

필자는 헬싱키 심포지엄의 의장이었고 서울 심포지엄의 공동 의장을 맡았다. 필자는 유라시안 철도에 대한 많은 논문을 썼는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미국의 노틸러스 연구소가 출판한 '유라시아 철도:한반도 교착상태를 해결할 열쇠인가?'라는 논문이다.

핀란드는 2006년 9월 헬싱키에서 아셈 정상회담을 주최할 예정이다. 이 정상회담에서 '철의 실크로드' 및 한반도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핀란드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973년 이후 남북한 모두와 외교 관계를 수립해왔다.

핀란드는 서방국가들 중에서는 예외적으로 평양에 통상 사무관을 상주시키기도 했다. 1999년 핀란드가 유럽연합 의장을 맡을 당시 필자는 유럽 연합의 정책계획 및 정책분석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특별위원회는 유럽연합과 동북아간의 관계를 분석했고 요약문은 이미 2001년과 2004년에 노틸러스 연구소 간행물에 출간된 바 있다.

핀란드는 1809년에서 1917년까지 지속된 러시아의 유라시아 제국 내의 자치국가였다. 당시 동북아도 100여년 전 건설된 시베리아 횡단철도 덕택에 핀란드와 협력이 가능했다. 당시 러시아 영토였던 알래스카에도 핀란드 총독이 있었다.

핀란드와 동북아는 언어학적으로도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이론이긴 하지만 핀란드어와 한국어, 일본어, 몽고어가 우랄-알타이어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어학자 구스타프 람스테트는 한국, 몽고, 일본에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거주하며 서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어 문법을 체계적으로 기술했다. 이 문법책은 한국전쟁 중에 미군이 활용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한국인, 몽고인, 일본인들은 마치 먼 사촌 정도 되는 것 같다. 핀란드는 북유럽 국가들 중 유일한 '유라시아 국가'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첫 열차가 헬싱키를 떠나 러시아, 중국, 몽고, 북한을 거쳐 부산에 도착할 날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 마르쿠 헤이스카넨

덧붙이는 글 | *제임스 굿바이는 주미 핀란드 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동북아 정책연구센터 소속 연구원이다. 마르쿠 헤이스카넨은 핀란드 중견 외교관이며 코펜하겐의 북유럽 아시아연구소의 수석 준회원이다.

덧붙이는 글 *제임스 굿바이는 주미 핀란드 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동북아 정책연구센터 소속 연구원이다. 마르쿠 헤이스카넨은 핀란드 중견 외교관이며 코펜하겐의 북유럽 아시아연구소의 수석 준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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