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건교 공직자, 강남 부동산 반값 신고

시세반영률 53% 불과... "실거래가 신고하라던 사람들이..."

등록 2006.03.03 16:08수정 2006.03.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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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의 재산공개는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지난달 28일 관보를 통해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내역은 한 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8일 관보를 통해 발표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내역 가운데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건교부 1급 이상 관리들의 주택신고(본인과 배우자 소유의 주택만 계산, 시세 국민은행자료 참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시세 반영률이 평균 5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 참조)

특히 재경부와 건교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20명 가운데 15명인 75%가 최근 5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강남권(강남·서초·송파)과 분당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집값 안정을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입장과 배치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강남과 분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공직자들의 주택 신고금액은 시세반영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7억원 아파트를 1억원대에 신고한 사례도 있었고, 13억원대의 아파트를 6억원대라고 신고하기도 했다.

시세의 50%에도 이하로 재산을 신고한 건교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집을 구입할 당시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신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숨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지금 시세가 신고 금액과 다른 것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공직자윤리법의 허점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에는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이나 면적의 변동이 있을 때에만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다 매입 시점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현 시세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정부는 부랴부랴 공직자윤리법의 개정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재경부와 건교부 고위 공직자들 대부분이 강남과 분당에 집중 거주하면서, 엉터리 재산 신고를 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올해부터 국민들에게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큰 소리를 친 건교부와 재경부가 정작 자신들의 재산은 축소해서 신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강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야할 공무원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건 아니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재경부, 건교부 고위공무원 주택 신고액(시세 국민은행 자료, 직위는 신고 당시 기준)
직위소유건물신고액 시세 시세 반영률
한덕수 재경부장관
종로구신문로 대지187평,건물167평
10억 7000만원 알 수 없음
박병원차관
분당구 정자동 한솔LG아파트 49평
4억 5000만원 9억1000만원 49%
권태신차관
강남구 삼성동 진흥아파트 55평
8억 6000만원 14억1000만원 61%
김석동차관보
서초구 서초동 동아타워 61평
5억원 7억원 71%
김성진
국제업무정책관
분당구 수내동 롯데아파트66평
6억 3000만원 13억4000만원 47%
장태평
정책홍보
관리실장
관악구봉천동낙성대현대홈타운45평
3억 8000만원 5억 2000만원 73%
김용민
세제실장
서초구방배동 래미안방배아트힐41평 5억 6000만원 9억 2000만원 61%
이종규
국세심판원장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47평
5억원 12억 5000만원 40%
유재한
금융정보분석
원장
서초구방배동 방배자이아파트66평
8억 7000만원(부인과 분할소유) 14억 5000만원 60%
조성익
경제자유구역
기획단장
성남구분당구수내동 한양아파트50평
4억 9000만원 9억 8000만원 50%
동대문구신설동 오피스텔18평
3400만원 1억원 34%
김성배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단장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아파트43평
5억 3000만원 11억 2000만원 47%
추병직
건교부장관
동작구 사당동 우성아파트41평
2억 9000만원 3억8000만원 76%
마포구 한신코아오피스텔 25평
6000만원 1억원 60%
김용덕 차관
강남구일원본동금호목련아파트 48평
5억 2000만원 13억 8000만원 38%
권도엽
홍보관리실장
분당구구미동 화이트빌57평
3억 4000만원 7억 5000만원 45%
남인희
기반시설본부장
송파구가락2동 극동아파트 53평
2억 4000만원 9억 2000만원 26%
동작구신대방동보라매우성아파트 48평
1억 6000만원 3억 1000만원 51%
이성권물류혁신
본부장
강남구일원동한신아파트35평
1억 9000만원 7억원 27%
황해성
공공기관지방이전
추진부단장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49평
7억 7000만원 12억 8000만원 60%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오피스텔 17평
1억 9000만원 4억원 48%
이춘희행정중심복합도시준비단장
과천시 별양동 주공아파트 45평4억 2000만원 8억 7000만원 48%
강교식
중앙토지수용
위원회
강남구청담동 e-편한세상42평5억1000 만원 9억5000만원 54%
강남구 청담동 삼환아파트 38평
5억원 6억 7000만원 74%
이영식
항공안전본부장
양천구목1동 대림아파트 34평
2억 2000만원 3억 9000만원 56%
ⓒ 오마이뉴스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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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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