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임커뮤니케이션즈
그래서 연극은 남북한이 통일시범지구 및 신경제특구로 만든 항구 도시 '경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와 여자가 있다. 김철희와 리원석은 같은 경호학교를 졸업했고 서로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숨기고 산다.
그리고 김철희와 함께 사는 한기주가 있다. 한기주는 어렸을 적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 때문에 더더욱 김철희에게 매달린다. 그 외에도 '경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살아간다기보단 기생하여 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모두는 서로를 이용하고, 죽이고 죽는다.
배우들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북한 말을 능청스럽게 뱉어내는 최원석씨는 정말 죽음을 담보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김철희를 잘 연기하였다. 그리고 리원석 역의 채국희씨도 냉정한 경호원 역할과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역할을 잘 보여주었다. 그 외의 배우들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해서, 과연 그 연극이 좋은 연극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 등장할 이유가 없는 배역을 충실히 연기할 뿐인 연극, 어설픈 극본에 최고의 배우들을 불러 연기를 시킨다 한들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다만 연기는 좋았다고 말할 뿐.
예를 들어 한기주의 동성애 설정은 굳이 필요없는 게 아닐까. 물론 최원석의 남성다움을 더 돋보이기 위한 연약한 남자 역할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혹은 동성애가 요즘 유행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동성애를 풀어가려고 한다면, 통일시범지구 '경도'라는 거창한 장소가 꼭 필요했을까. 물론 그러한 장소라고 해서 사랑이 없겠냐고, 동성애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더 효과적인 장소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