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의 TVMBC
자고로 자본을 앞세운 기업이건 공권력을 등에 업은 국가이건 간에, 덩치가 커지고 책임이 늘어날수록, 옆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견제하고 건전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감시 체제가 제대로 수립되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자고로 '쓴 소리'가 없는 곳치고, 권력의 일방적 독주가 나타나거나, 게임의 질서가 무너지지 않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로 치면, 감시와 균형의 원리에 걸맞게 '쓴 소리'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곳이 바로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이다. 주말 오후를 시작하는 황금시간대,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내버려두고 금쪽같은 1시간동안 별 재미도 없고 내키지도 않는 시청자 '불만' 접수나, 자사 프로그램 헐뜯기에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방송사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옴부즈맨의 정체성은 귀를 열고 쓴소리를 귀담아듣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냥 형식적으로 '우리는 시청자님들의 의견을 열심히 반영하고 있습니다'고 생색만 낼게 아니라면, 관성에 물든 형식적 비판이나 은근슬쩍 물타기보다는 때로는 혹독한 자기반성과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하지만 최근 각 방송사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감시할 또 다른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필요할 판국이다.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란 게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니 혹독한 비판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비판을 가장하여 오히려 옴부즈맨의 시간이 은근슬쩍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로 모습을 바꾸는 '반칙 구성'은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MBC의 < TV속의 TV >는 최근 몇 달간 'TV 돋보기'와 '집중점검'이라는 코너를 통해 자사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띄우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사의 야심작인 수목드라마 <궁>과 연관된 내용을 포맷만 살짝 바꿔 2주에 걸쳐 내보내는가 하면, 주말극 <결혼합시다>와 <신돈>, 신설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와 관련한 내용 등, '비판'이나 '점검'보다는 프로그램 자체의 내용 소개하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