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아름다움의 시원을 찾아서”

등록 2006.03.06 10:09수정 2006.03.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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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친숙한 대부분의 신화는 남성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심리를 다루는 데 있어 남성적 언어와 표현 방식으로 다뤄 왔기에 여성의 심리는 애매 모호한 것으로 표현돼 왔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A 존슨은 ‘신화로 읽는 여성성-She’(동연)에서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를 토대로 여성 심리의 본질을 밝혀내고자 시도한다.

이 신화는 인간 여성 프시케를 질투하는 여신 아프로디테와 아프로디테가 낸 과제를 해결하면서 완숙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프시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가 드물게 여성 심리를 대변하고 있으며 프시케가 겪는 험난한 여정에서 진정한 여성성을 탐구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고 얘기한다.

질투로 프시케를 파괴하려는 아프로디테는 여성 내면에 존재하는 파괴적인 여성성의 원천이며 너무도 순수한 나머지 아무도 곁에 두지 못하는 프시케는 폐부를 파고드는 외로움의 바탕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 프시케와 사랑에 빠져 그를 낙원으로 데려오지만 질문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 에로스는 여성이 남성에게 복종하기를 원하는 가부장적 시대의 잔재를 의미한다.

언니들의 꾐에 빠져 에로스의 명을 거스른 프시케는 버림받고 낙원에서 추방되고 아프로디테에게서 어려운 네 가지 과제를 받는다.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순수한 소녀 프시케는 여성으로 성장하고 에로스는 그를 구원해 여신으로 만들고 결혼해 딸인 ‘기쁨(pleasure)’을 낳는다. 저자는 프시케의 과제와 그 해결 방법을 소개하며 그 속에서 여성성의 본질을 발견하고 여성들에게 이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과제에서 알곡을 고르는 개미는 인내를 가지고 주어진 사건들을 다루는 여성의 분별력을 의미한다. 두 번째 과제에선 수양을 공격하지 않고 나무에 걸려 있는 황금 양털을 조용히 모아서 가지고 오는 부드러운 여성적인 방식으로 성공한다.

여신이 된 프시케가 낳은 딸 ‘기쁨’은 여성성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상징한다. ‘기쁨’을 ‘조이(joy)’와 ‘엑스터시(ecstasy)’라는 말로 달리 표현하는 저자는 “이 조이와 엑스터시야말로 여성성의 진정한 힘이자 아름다움”이며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회복돼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이야기의 구조에서 아프로디테와 프시케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아프로디테는 사악한 여성이고 프시케는 순진무구한 착한 여성이다. 아프로디테와 프시케의 관계는 동화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사악한 계모와 백설공주, 사악한 계모와 콩쥐의 관계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주인공인 프시케가 승리함으로써 프시케의 여성성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신화는 그 사회를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 남성들은 아프로디테보다는 프시케가 자신의 아내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동연/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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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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