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성 무용가 3인 춤으로 듣는 '푸가'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공연

등록 2006.03.06 09:58수정 2006.03.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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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벌거벗은 뚱뚱한 몸의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뒤뚱거리며 춤을 추는가하면 검은 양복에 구두를 신은 남자 무용수들이 춤을 추다 웃옷을 벗으면 흰색의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가 극명한 색의 대비를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에선 의미 없는 몸짓과 거친 동작, 뚝뚝 끊기는 움직임이 현대인의 고독과 슬픔을 그려낸다.

유럽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3명의 여성 무용가 샤샤 발츠(43·독일),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46·벨기에), 마기 마랭(55·프랑스)이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의 음악 세계를 춤으로 표현하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의 ‘3개의 푸가’가 3월 11∼12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과 15∼1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어울림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각자 독창적인 안무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들 3명의 무용가는 ‘푸가’란 동일한 음악 형식을 주제로 택해 한 무대에 오른다. 주제 선율을 따라 응답과 주제가 반복되는 음악 형식인 ‘푸가’처럼 이번 공연에서도 슈베르트, 베토벤, 바흐의 음악을 표현한 3명의 춤이 독립적으로 보여지다가 하나의 현대무용으로 표현된다.

리옹 발레단의 간판 무용수인 마기 마랭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소재로 한 ‘그로스랜드(Grossland)’에서 ‘무용수는 말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벌거벗은 뚱뚱한 몸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무용수들을 통해 부르주아의 허위와 위선을 벗기며 풍자를 시도한다. 철학적인 내용을 일상적인 동작과 유쾌한 춤으로 표현해 ‘무용은 어렵다’는 통념을 깬다.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는 단순한 리듬의 반복을 통한 강렬한 패턴과 수학적인 구조를 특징으로 ‘무용의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안무가이자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메카로 만든 주인공.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대푸가(Gross Fugue)’는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한 뒤 작곡한 작품인 푸가를 뮤지컬적 구조로 엮어낸 것이다. 검은 양복으로 시작해 흰 와이셔츠·흰 러닝셔츠와 검은 바지가 대비를 이루는 그의 춤은 푸가 음악처럼 대위법적인 요소가 강조된다.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 주자이면서 피나 바우쉬 이후 독일이 낳은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로 손꼽히는 샤샤 발츠는 슈베르트의 푸가를 이용한 ‘판타지(Fantasie)’를 선보인다. ‘즉흥극’의 형식을 이용한 안무로 유명한 그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현대인의 우울한 영혼을 치유하는 춤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97년 첫 한국 공연 ‘코스모나우텐 거리에서’와 2004년 선보인 ‘육체’를 통해 국내 무용 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 ‘누드’의 무용수들을 무대에 올려 몸에 대한 적나라한 노출과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의 춤은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얀 파브르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에 공연을 펼치는 프랑스 리옹 국립오페라발레단(예술감독 요르고스 루코스)은 1687년 리옹 뮤직아카데미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성장했다. 특히 발레와 현대무용을 접목하고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도입하는 등 여러 안무가를 초청해 색다른 실험을 시도하며 무용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으로 알려져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의 1544-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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