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의료산업화 저지와 민간보험 도입 반대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간부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의료의 영리법인화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석희열
연내 도입이 확실한 '실손형 민간건강보험'의 출시를 앞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손형 민간보험은 진단이나 입원할 때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질병, 특진 등에 대해 실제 들어간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보충형 의료보험을 말한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형 민간보험은 달마다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포함한 본인부담액의 70%를 보장받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여러 회사의 동일상품에 가입해도 보험금은 한 곳에서만 지급되고 15~55세로 가입 연령이 제한된다.
민간보험 '불필요한 의료 이용 주범' 우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같은 민영보험이 도입되면 환자 본인부담액 감소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급증해 국가 전체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랑니 하나를 뽑더라도 본인 비용부담이 없는 입원을 선택하게 되고 한 번 가면 될 병원에도 두 번, 세 번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의료 이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의사방문 횟수는 10.6회로 OECD 평균(7.6회)의 1.4배 수준이었다. 급성병상에 머무는 일수도 OECD 평균 6.5일에 비해 2배에 가까운 11일이나 되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본인부담액을 대부분 보장하는 보충형 민간보험에 대해 공보험의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야기하여 공보험의 재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고 '피해야 할 유형'으로 권고하고 있다.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의료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고급병원을 이용하는 고소득 민간보험 가입자와 영세병원을 이용하는 저소득 건강보험 가입자로 뚜렷이 갈려 의료 소비자뿐만 아니라 의료체계도 두 동강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먼저...민간보험 논의는 그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