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 도입, 공보험 위축 우려"

건강보험공단 "양극화 심화"...보험업계 "고급의료 필요"

등록 2006.03.06 11:47수정 2006.03.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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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 활성화 아직 때가 아닙니다. 성급한 민간보험 도입은 의료의 부익부 빈인빈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의료산업화 저지와 민간보험 도입 반대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간부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의료의 영리법인화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의료산업화 저지와 민간보험 도입 반대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간부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노동자가 의료의 영리법인화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석희열
연내 도입이 확실한 '실손형 민간건강보험'의 출시를 앞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손형 민간보험은 진단이나 입원할 때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질병, 특진 등에 대해 실제 들어간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보충형 의료보험을 말한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형 민간보험은 달마다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포함한 본인부담액의 70%를 보장받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여러 회사의 동일상품에 가입해도 보험금은 한 곳에서만 지급되고 15~55세로 가입 연령이 제한된다.

민간보험 '불필요한 의료 이용 주범' 우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같은 민영보험이 도입되면 환자 본인부담액 감소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급증해 국가 전체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랑니 하나를 뽑더라도 본인 비용부담이 없는 입원을 선택하게 되고 한 번 가면 될 병원에도 두 번, 세 번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의료 이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의사방문 횟수는 10.6회로 OECD 평균(7.6회)의 1.4배 수준이었다. 급성병상에 머무는 일수도 OECD 평균 6.5일에 비해 2배에 가까운 11일이나 되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본인부담액을 대부분 보장하는 보충형 민간보험에 대해 공보험의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야기하여 공보험의 재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고 '피해야 할 유형'으로 권고하고 있다.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의료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고급병원을 이용하는 고소득 민간보험 가입자와 영세병원을 이용하는 저소득 건강보험 가입자로 뚜렷이 갈려 의료 소비자뿐만 아니라 의료체계도 두 동강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먼저...민간보험 논의는 그 뒤


지난 2월 21일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발전방안 모색'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업계,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학계 관계자들이 참가하여 민간보험 도입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지난 2월 21일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발전방안 모색'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업계,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학계 관계자들이 참가하여 민간보험 도입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강기정의원실
국민건강보험공단 윤종필 부장은 "실손형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재벌 보험사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 돈이 되는 건강하고 부유한 사람만을 가입시키려고 할 것이므로 사회 계층간 갈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 양극화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63~6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때까지 실손형 민간보험 도입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민간보험 활성화보다 사회보험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이 우선 정책과제라는 것.

윤종필 부장은 "민간보험 활성화로 공보험은 반드시 위축되어 사회보장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민간보험 활성화 논의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이 선진국 수준인 80% 이상으로 확대되어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정경제부 "의료산업 활성화 위해 민간보험 도입해야"

그러나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서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입자가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대체형 민간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영보험이 공보험을 대체하는 이런 대체형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 시스템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달 국회 공청회에서 "미국을 뺀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공부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본인 부담과 민간보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민간보험은 공보험과 다른 독자영역 개척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경쟁관계로 인한 공보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신 경북대 의대교수는 전화통화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민간보험 도입은 건강보험에 대한 보완 기능보다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간보험은 부유한 사람들이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2층제 의료시스템을 만들게 된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민간보험의 종류

보충형 : 법정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에 대해 보장하는 의료보험
대체형(경쟁형) : 공적의료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여 급여를 보장하는 보험
이중형, 병렬형 : 공적의료보장의 급여를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하여 제공

덧붙이는 글 민간보험의 종류

보충형 : 법정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에 대해 보장하는 의료보험
대체형(경쟁형) : 공적의료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여 급여를 보장하는 보험
이중형, 병렬형 : 공적의료보장의 급여를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하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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