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변하는 만큼 북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해야죠"

김일성종합대학 명예교수 된 신은희 미 심슨대 교수

등록 2006.03.06 14:32수정 2006.03.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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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캐나다 교포 출신 30대 여성이 지난 2월 초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명예교수로 임명돼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심슨대에서 종교철학을 강의하는 신은희(37) 교수. 자신을 "친북주의자라기보다는 민족주의자, 평화주의자"라고 소개하는 신 교수는 이번 임명을 계기로 봄·가을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대학 사회가 좀더 국제화·다원화되는 데 힘을 보탤 계획이다. 8, 9월쯤엔 국제 평화심포지엄을 열기로 돼 있고, 무엇보다 외국어 교재에 목말라하는 평양외국어대 학생들을 위해 남한과 재미동포 사회를 중심으로 외국어 교재 보내기 운동도 펼칠 생각이다.

"평양외국어대에서 한 여학생이 영어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어 교재도 별로 없는 북한인데, 마치 원어민 같은 회화를 구사하는 것 아닌가. 다른 학생들도 그 여학생을 가리켜 '쟤는 영어에 미쳤어요'라고 하더라.

지난해 초부터 북한 사회의 국제화 열망을 실감했다. 북한 보고 미국식으로 자꾸 '알몸' 벗고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우리의 반쪽 민족이 도대체 왜 60년 넘게 저렇게 폐쇄적으로 사나, 이젠 냉철히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문화를 다원주의적으로 고찰하고 종교철학을 전공한 영향인지 북한의 문화에 접근할 때도 평화와 공존이란 보편적 가치 위에서 인정과 신뢰로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나 같은 민간인이 할 역할이 많다."

신 교수가 '해외 교포'란 비교적 자유로운 신분으로 북한 학계와 교류를 시작한 것은 2003년. 김일성종합대를 비롯, 김영직사범대, 평양외국어대 교수들, 그리고 조국통일연구원 학자들과 주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북한 상황에 대해 고민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 '통일뉴스' 등에 '예수는 주체사상가' '북한 신학이 남한 신학보다 더 발전적' 등의 도발적 주장을 담은 칼럼을 기고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남한의 지도층 인사가 북한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각은 북한이 변하는 것만큼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겐 '북한은 이렇게 변해야만 해'란 무의식적 통념이 있는 듯하다. 평화적 통일을 이루려면 북한이 변화하는 모습을 예민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에선 교인들을 쇳물로 죽여…근거 없는 소문 만연

그는 89년 김일성종합대에 종교학과가 신설된 이후 '종교는 선택'이란 인식이 폭넓게 퍼졌다며 "북한의 교회들을 좀 '다른' 교회로 봐줄 수 있지 않으냐"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미 국무부 보고서에 북한에선 종교를 인정하지 않기에 기독교인들을 쇳물에 녹여 죽인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보고서 끝 부분엔 "검증되지 않은 보고임"이란 단서가 명확히 붙어 있었다. 북한에 대한 이해는 많은 경우 이처럼 피상적이고 무책임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그는 일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의 환대를 받았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사학법 투쟁 과정 중에 개정사학법을 '빨갱이법'으로 부른 사례를 꺼냈다. 이후 북한의 조국통일연구원 학자들이 "우리도 이젠 박 대표를 달리 봐야 하겠다"고 했다면서 "북한 정서를 이해해 같은 말이라도 '원수'되지 않도록 얘기하는 대화 요령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난 기독교인이지만 하나님 안에서 우리 모두 한 형제다"란, 체제 비판을 넘어선 포용적 메시지를 전해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


신 교수는 북한 지도층 인사 대부분이 남성들이고 그들 자신도 "조국도 봉건이 세지 않습니까"라며 북한 사회의 가부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면 여성신학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전했다.

"남한 사회에선 통합 이후 이질성 극복 문제를 많이 고민하고 있지만 이질성 극복 과정이 통합보다 더 적극적으로 선행돼야 할 것이다. '너만 변해라'가 아닌 철저한 상호원칙 아래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원칙은 북·미 관계에도 역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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