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고추사랑이 우리 맛을 냅니다

부모님의 정성이 만들어낸 우리 농산물

등록 2006.03.06 18:00수정 2006.03.06 18:5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 중 하나가 바로 매운맛입니다. 매운맛을 내는 것이 바로 고추죠. 대한민국 농가가 재배하는 대표적인 밭 작물이 또 고추입니다. 즉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고추를 심고 재배하는 것이죠. 고추는 그러니까 우리 민족과 함께 하는 맛이면서 쌀 다음으로 가장 보편적인 농산물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고추묘목. 지난 1월 25일에 파종한 것입니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고추묘목. 지난 1월 25일에 파종한 것입니다.조태용
그럼 그런 고추는 어떻게 재배하는 것일까요? 비닐하우스가 보편화 되지 않은 시기에 고추는 대부분 노란 씨앗을 직접 땅에 심어서 키웠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비닐하우스에서 30cm 정도 키운 다음 5월경에 밭에다 다시 옮겨 심습니다. 고향 부모님 역시 고추를 재배합니다. 고향집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보니 온도가 30도가 넘습니다. 그 안에는 작고 예쁜 고추 묘목들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 보니 고추 묘목 하나가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튼튼해 보입니다. 고추는 보통 한 나무에 병만 걸리지 않는다면 몇 백 개가 열려 다수확이 가능한 작물입니다. 단 병만 걸리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사람이 암을 무서워하듯 고추 농가가 가장 무서워하는 병은 바로 탄저병입니다. 탄저병에 걸린 고추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검게 썩어 가고 그 나무의 다른 고추까지 말라 죽어 버립니다. 매운 고추도 이겨 내지 못하는 병이 바로 탄저병이죠.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탄저병만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날이 덥고 비가 많은 7~8월이 되면 어김없이 탄저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렇게 되면 온갖 정성을 기울인 고추 농사는 막을 내려버립니다. 그래서 탄저병은 고추 농사의 경계 대상 1호입니다.

어린 고추 묘목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이 항상 필요합니다.
어린 고추 묘목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이 항상 필요합니다.조태용
아버지에게 하우스에서 자라는 고추의 파종 시기를 물어보니 지난 1월 25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비닐하우스에서 4개월을 지낸 후 5월경에 밭에 옮겨 심은 다음 8월이 되어야 수확하기 시작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끝냅니다. 고추는 남아메리카 원산지로 고온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다가 옮겨 심는 것입니다. 5월이 되어야 고추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죠.


아버지의 고추 사랑은 대단한데요. 고추씨를 뿌리고 난 뒤에 단 하루도 집을 비운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어린 고추 모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이 항상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닐하우스 안에 작은 하우스를 만들어서 관리합니다. 이중 관리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고추묘목을 얻기 위해서는  덮어주고 벗겨 주는 것을 1월부터 5월까지 해야 합니다.
건강한 고추묘목을 얻기 위해서는 덮어주고 벗겨 주는 것을 1월부터 5월까지 해야 합니다.조태용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는 다시 삼중 덮개를 합니다. 이불을 3개 정도 덮어야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고추 모가 견뎌내는 것이죠. 하지만 아침에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온도에 따라 하나하나 벗겨 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어린아이처럼 덮어주고 벗겨 주는 것을 1월부터 5월까지 하는 것입니다. 매일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고추가 비닐하우스 밖에서도 자랄 수 있는 때가 되면 옮겨심기를 합니다. 옮겨 심은 뒤 고추가 붉게 익기 시작하면 하나하나 따서 다시 태양이나 건조장에서 말립니다. 그리고는 고춧가루나 통고추로 보관하다가 먹는 것이죠.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고춧가루는 이렇게 자라 여러분에게 칼칼한 매운맛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집에서 키운 고추와 파로 어머니가 담근 파김치입니다. 맛이 어떠냐고요? 맛 죽여줍니다.
집에서 키운 고추와 파로 어머니가 담근 파김치입니다. 맛이 어떠냐고요? 맛 죽여줍니다.조태용
집에서 키운 고추와 파로 어머니가 담근 파김치입니다. 파김치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죠. 붉은색과 녹색의 파는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맛이 어떠냐고요? 맛 죽여줍니다. 세상의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정성이 만들어낸 먹을거리가 최고입니다. 침 넘어가시죠? 우리가 매일 먹는 모든 농산물은 이렇게 농부의 관심과 사랑으로 재배된 것들입니다. 우리 농산물 사랑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4월부터 시중에 수입 쌀이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벌써부터 농촌에서는 농사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은 우리가 단지 수입 농산물을 먹지 않는 것 만으로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4월부터 시중에 수입 쌀이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벌써부터 농촌에서는 농사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은 우리가 단지 수입 농산물을 먹지 않는 것 만으로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