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아들 너무 많이 낳으셨어요"

여자짝꿍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등록 2006.03.07 09:25수정 2006.03.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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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유노윤호가 더 멋있어요? 제가 더 멋있어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한진이의 질문입니다.

"한진이가 훨씬 멋있지."
"엄마, 유노윤호한테는 비밀이에요. 유노윤호가 기분나빠할지도 모르잖아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보다 멋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녀석이 초등학교 입학식에 맨 뒷줄에 세워 놓으니 훌쩍이기 시작합니다. 학교에 올 때 보이던 자신감은 다 달아나고 많은 아이들과 낯선 분위기에 위축되나 봅니다.

a 1학년 1반 맨 뒷줄에 세워 놓은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1학년 1반 맨 뒷줄에 세워 놓은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 전향화

입학식이 시작되자 사회 보는 선생님은 이번 1학년은 정말 똑똑하고 씩씩하다며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1학년을 부를 때마다 힘차게 외치는 고함으로 자신감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a 입학을 축하해 주시는 교장선생님. 1학년 눈높이에 맞춘 환영사가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입학을 축하해 주시는 교장선생님. 1학년 눈높이에 맞춘 환영사가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 전향화

큰 아이 때에도 입학식은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발짝 세상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 속에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증명이라도 하듯 첫째 아이 때보다 한반이 줄었습니다.


a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계신 이연옥 선생님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계신 이연옥 선생님 ⓒ 전향화


a 여자친구와 짝궁이 된 남자아이는 반밖에 안됩니다. 귀한 아들을 너무 많이 낳은 것이 문제입니다. 나중에 결혼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됩니다.

여자친구와 짝궁이 된 남자아이는 반밖에 안됩니다. 귀한 아들을 너무 많이 낳은 것이 문제입니다. 나중에 결혼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됩니다. ⓒ 전향화


a 그나마 남자짝궁도 없는 아이. "무릎을 살짝 굽히지." 어떤 엄마의 뒤늦은 충고입니다.

그나마 남자짝궁도 없는 아이. "무릎을 살짝 굽히지." 어떤 엄마의 뒤늦은 충고입니다. ⓒ 전향화

선생님 소개에 이어 각 학급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이들보다 더 긴장한 엄마들, 특히 첫째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들은 긴장한 표가 역력합니다. 노련한 선생님의 아이들 줄세우기로 아이들과 엄마들의 긴장이 풀립니다.

아이들을 세우니 여자아이들 한줄에 남자아이들이 두줄입니다. 여자 친구와 짝꿍을 할 수 있는 것은 남자아이들의 반밖에는 안 됩니다. "어머니들, 귀한 아들을 너무 많이 낳으셨어요." 선생님의 말씀에 엄마들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일단 웃기는 웃었지만, 나중에 결혼시킬 일이 걱정스럽습니다. 엄마 눈에는 유노윤호보다 멋있기는 하지만.


a 든든한 짝꿍도 생기고 분위기도 익숙해져 밝아진 아이

든든한 짝꿍도 생기고 분위기도 익숙해져 밝아진 아이 ⓒ 전향화

교실에 들어서 자리배치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주의사항을 일러주시며 1년 동안 어머니들께 잘 부탁드리겠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십니다.

'선생님! 넉넉한 사랑으로 아이들을 잘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a 목을 길게 빼고 까치발을 들고 교실안을 들여다 보는 엄마들. 선생님! 엄마맘 다 아시죠? 아이들 사랑으로 잘 가르쳐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목을 길게 빼고 까치발을 들고 교실안을 들여다 보는 엄마들. 선생님! 엄마맘 다 아시죠? 아이들 사랑으로 잘 가르쳐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 전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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