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난 공원최성민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사는 무엇일까? 꽃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가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여행기사를 써 왔다. 매화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는 매화가 어떤 것인지를 찾아 나는 가치없는 '의미 매기기'를 해왔다.
몇 해 전 기사에 전남 순천 어느 절 홍매화가 가장 일찍 핀다고 썼더니 어떤 분이 재빨리 그걸 홍보에 이용해 해마다 여기저기 이때만 되면 그 매화타령이 가관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남녘땅 매화가 필만한 곳을 다 훑어보지 않고서 어느 매화가 가장 일찍 핀다고 한 것만큼 무책임한 선정적 보도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지금 자책하고 있다.
그 절 매화보다 훨씬 더 일찍 피는 매화는 같은 종류(흔하디 흔한 홍매화 겹꽃으로 요즘 이를 원예종묘사에서 '설중매'라는 품종으로 판다)로 진해 해군사관학교 홍매화가 있다. 또 충남 부여 어느 지역엔 겨울 동지 무렵에 피는 매화도 있어서 이를 일찍이 '동매'라 했다. 해군사관학교 홍매화보다 일찍 피는 매화로는 따뜻하기로 이름난 고장인 전남 고흥이나 완도쪽 어느 섬마을 돌담 귀통이에 있을 것이다. 또 어느 매화가 일찍 피건 모든 매화는 2월 말~3월 초 중순이면 일제히 피어나니 며칠 먼저 피는 게 무슨 천지가 개벽한 일은 아닐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지난해부터 '서울탈출-시골안착'에 성공해가고 있다. 이 무렵,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서울살이에서 전혀 맛볼 수 없었던 '진득한 봄 만나기'를 하는데, 다름 아닌 '춘란전시회'에 가보는 것이다. 해마다 3월초, 그러니까 3월 첫 주말에 이곳 서남해안 지역 일대에서 춘란전시회가 일제히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