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일생의 여덟 사건 '팔상도'

불상과 불화의 해석을 통해 소개한 <세상은 연꽃 속에>

등록 2006.03.08 10:37수정 2006.03.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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圓覺道場何處(원각도량하처)
現今生死卽是(현금생사즉시)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도량은 어디인가?
여기 생사가 있는 바로 이 자리! (해인사 법보전 주련의 글귀)



오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이름난 명산의 명찰이나 고찰이 아니라도 좋다. 그저 그곳에 자리하고 있어 중생들의 삶에 위안을 줄 수만 있다면 그곳이 시끄러운 시장의 한 가운데라도 문제 없으리라….

그렇다! 우리는 바른 깨달음을 찾기 위해 굳이 깊은 산속의 고찰을 찾지 않아도 된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세상의 이치를 경험하고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아마도 그 이상의 장소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헤맨다면 그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연꽃 속에> 겉그림
<세상은 연꽃 속에> 겉그림프로네시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촌각을 다투며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깊은 산속에 있는 사찰보다는 서점에서 마주치게 되는 한권의 '책'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불교라고 하는 종교에 한발 다가서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불교 세계에 흥미를 가졌거나 혹은 '붓다'의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명쾌하고 간단히 그리고 깊은 흥미를 가지게 하는 한권의 책이 있다. 우리 문화재 속에 숨 쉬는 석가모니 붓다의 이야기를 불상과 불화의 해석을 통해 소개한 <세상은 연꽃 속에>가 그것이다.

저자 배진달 교수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개의 사건으로 표현한 불화 '팔상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데 그 접근방식이 매우 흥미롭고 간단명료하다. 우선 책의 서두에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과 통도사의 영취산 지명이 마가다국 라자그리하에 있는 가야산과 영취산에서 유래했으며 용연사가 있는 대구의 비슬산은 인도 신화에 내오는 비슈누 신에서 유래했다고 말하면서 우리 땅 곳곳에서 붓다를 느끼고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많은 경우 사찰 외벽에는 붓다의 일생을 그린 '팔상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붓다의 탄생과 출가, 성도, 그리고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대표적인 것이 법주사 팔상전의 가운데 기둥에 그려진 것(국보 55호)과 경북 예천 용문사에 전해져오는 '팔상도'가 있다.

용문사의 '팔상도'는 조선시대 숙종 35년 1709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건물이나 복식, 인물들의 이미지가 인도의 그것과는 다른 당시 조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저자는 붓다의 일생을 용문사의 '팔상도'를 통해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그 문장이나 설명이 매우 쉽게 되어 있어 어린이가 읽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붓다의 탄생과 열반의 과정을 '팔상도'의 그림 해석을 곁들여 소개함으로써 이해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저자 배진달은 누구?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로 재직하였다. 재직 중 대만으로 유학하여 국립대만대학교에서 불교 미술을 공부하였고 홍익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 때 쓴 논문을 <<당대불교조각>>(일지사, 2003)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중국 불교 미술과 문화에 관한 2권의 역서를 펴냈으며, <용문석굴 신라상감 시론>(1996)을 시작으로 중국과 한국의 불교 미술에 대한 논문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펴낸 <<중국의 불상>>(일지사, 2005)은 한국인이 쓴 최초의 중국 불교 미술 통사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용인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로 있다. / 프로네시스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들었던 석가모니 붓다의 이야기가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불교도가 아니라도 '팔상도'를 통해 소개한 붓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고개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학습을 위해 무작정 외우기만 했던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제와 팔정도(八正道)에 관한 이야기 역시 다시 한 번 복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는 붓다가 깨달음을 이룬 후 처음으로 사슴 동산인 녹야원에서 행한 설법을 그린 '녹원전법상'에서 소개한다.

소설 <서유기>와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에 등장하는 '삼장법사'에 관한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서 '삼장법사'라 함은 붓다가 말씀하신 이야기 즉 경장(經藏), 그리고 계율인 율장(律藏), 붓다의 말씀을 해석하고 풀이한 논장(論藏)에 능통한 스님을 '삼장법사'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처럼 저자는 불교를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 전해진 이야기 혹은 단어를 중심으로 무겁지 않게 불교와 <붓다>를 이야기한다. 특히 도표와 삽화 그리고 사진을 곁들인 해석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문화재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불교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의 전반부는 석가모니 붓다의 일생을 소개하고 있으며 후반부는 우리가 사찰에서 마주치게 되는 각종 불상과 불화 그리고 탑, 건축물 등을 이야기 하는데 이 역시 간결하고 쉬운 표현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막연하게 들어왔던 붓다의 일생과 불교의 일반적 특성을 어렵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길 원한다면 퇴근길 서점에 들러 <세상은 연꽃 속에>를 손에 들어보기를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세상은 연꽃 속에 // 저자: 배진달 // 프로네시스 // ISBN : 89-01-05479-5

덧붙이는 글 세상은 연꽃 속에 // 저자: 배진달 // 프로네시스 // ISBN : 89-01-05479-5

세상은 연꽃 속에 - 우리 문화재 속에 숨쉬는 석가모니 붓다, 미술사 이야기

배진달 지음,
프로네시스(웅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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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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