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여성 의원들은 '딴 목소리'

'최연희 성추행 사건' 입장 조금씩 갈려... 향후 초당적 연대 여부 관심

등록 2006.03.08 19:07수정 2006.03.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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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과 여성 최고위원들은 7일 국회 기자실에서 최연희 의원직 사퇴촉구결의안 추진을 위한 범여성정치인 대책위 구성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과 여성 최고위원들은 7일 국회 기자실에서 최연희 의원직 사퇴촉구결의안 추진을 위한 범여성정치인 대책위 구성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으로 가슴 답답하고 슬프다. 참담하다."

1908년 3월 8일 남성과 동등한 권리획득을 위해 온몸으로 투쟁한 여성들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여성의 날' 98주년을 맞이한 여야 여성 의원들의 심정이다.

최연희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공세를 펼치는 여당 및 민주노동당 소속 여성 의원이나,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심경은 비슷한 듯했지만 정작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같지 않았다.

아울러 '버티기' 열흘째를 맞은 최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더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 여성 의원들과 최고위원 등은 7일 "최 의원 사퇴 없이 유야무야 된다면 정치권은 국민에게 잃어버린 도덕성과 신뢰를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최 의원에 대해 '의원직사퇴촉구결의안' 추진을 위한 범여정치인 대책위 구성을 여·야 각 정당 여성위원회, 여성의원들, 여성지도부에 제안했다.

'초당적 연대'를 제안한 민주노동당은 "이번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당리당략이 있을 수 없다"며 "이미 각당 여성의원은 최 의원 사퇴를 촉구한 바 있기 때문에 함께 대응에 나서야 진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희 의원 질문 안 나오길 바랐는데..."


이에 한나라당은 그동안 "탈당한 최 의원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최 의원에 대해 '사퇴' 공세를 펼치는 다른 정당과 달리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자신들을 향해 '연락 두절을 핑계로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짐에도 답답함을 감출 뿐이었다.

그러던 중 박순자 한나라당 여성위원장이 최 의원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었지만, 정작 '최 의원 사퇴'에 대해 직접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교묘하게 입장을 비켜 표현했다.


8일 오후 박 위원장이 국회에서 '여성의 날'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일절 언급하지 않자, 이에 기자들이 '한나라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바로 쏟아냈다.

박 위원장은 "최 의원 (관련) 질문이 안 나오길 바랐는데, 참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다"며 "전 사무총장 이야기를 세계 여성의 날과 별개로 하고 싶은데, 제가 아는 바로는 본인이 의사를 전달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많이 불편하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당 여성위원회도 각종 통로를 통해 본인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곧 결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직접 화살을 최 의원에게 겨누기보다, 논쟁의 범위를 넓혀 국회 내 '성문제'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번 문제는 최 의원 한 사람보다는,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 술자리부터, 박근혜 대표에 대한 성 패러디 등 근절되지 않고 있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최 의원 한 개인의 사안을 갖고 다룰 게 아니라 남성들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4개당 남녀노소 다 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원직 사퇴 표결했을 때 반대 '한 표'라도 나와선 안 돼"

특히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에서도 (2월) 임시국회가 끝나길 기다린 것도 의원직 사퇴를 놓고 표결했을 때 반대하는 표가 '한 표'라도 나오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됐기 때문"이라며 "최 의원은 자기 거취 문제에 대해 동정표를 사지 말고, 본인이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왜 입장을 밝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의원들의 대표인 이재오 원내대표가 어제(7일) 라디오 방송해 출연해 최 의원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당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금 의원들이 할 일은 이번 같은 비슷한 사안에 대해 국회가 어떻게 할지 규정과 원칙을 정하는 것"이라며 "최 의원 한 사람을 다루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고 또 초당적으로 여성 의원들만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여성-남성을 편가르고, 여성을 축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의원은 "당내에서도 여성위원회나 초선의원모임 주도로 최 의원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를 제대로 만들고 앞으로는 여성의 날이 비난하는 자리가 아닌 좋은 여성 정책을 내놓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성추행·성폭행 추방대책위' 발족... 성범죄와 전쟁 선포

반면, 열린우리당은 '여성의 날'을 맞아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동영 당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을 비롯해 남성의원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300여명이 모여 최연희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로 행사를 진행했다.

참석자들 손에는 '최연희 OUT!'이라고 적힌 레드카드와 '성추행범 최연희 사퇴하라', '성추행 정당은 여성의 이름으로 심판하자', '한나라당에 전자팔찌를 채워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려있었으며, '사퇴하라' 등 최 의원을 규탄하는 구호가 국회에 울려 퍼졌다. 또 최 의원의 성추행을 패러디한 퍼포먼스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를 사회를 봤던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 의원이 왜 숨는지 모르겠고 이해할 수 없다"며 "잘못을 했고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일이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이런 일로 사회를 본다는 것이 유감이고 슬프다"며 "국민의 공복인 국회의원이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하는 우리 국회의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김재윤 의원은 "우리 사회 남성들의 왜곡된 성문화와 잘못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축제로서 즐거움을 나눠야할 여성의 날을 이런 자리로 만든 정치인(최 의원)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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