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도 '대리주차'해 드립니다

청담동에 오시면 '주차 걱정'은 마세요

등록 2006.03.09 09:20수정 2006.03.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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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은 '압구정동'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혹은 '그들만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으로 많은 사람에게 각인된 동네이다. 이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도 이웃하고 있어 그와 같은 이미지는 배가되고 있다. 이런 연유로 TV, 영화, CF 혹은 소설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 대부분 고급문화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소위 '그들만의 세계' 청담동에서 하루를 대부분 보내게 됐는데 내게도 '청담동'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는 많은 이들이 상상하고 있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처음 청담동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된 것이 가게마다 있는 작은 텐트였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는 흔히 보이지 않았던) 아니 텐트라고 하기보다는 간이 하우스 정도로 설명하는 편이 옳겠다. 이것들에는 대부분 'Valet parking(대리주차)'이란 문구가 붙어 있는데 'Vallet parking'이라고 잘못 표기된 곳도 상당히 많았다. 아마도 간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 표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틀린 글자를 그대로 두는 건 한글보다 영어로 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느낌에서일까?

청담동 가게 앞에서 흔히 보게 되는 대리주차(Valet parking) 간판과 주차원 대기소
청담동 가게 앞에서 흔히 보게 되는 대리주차(Valet parking) 간판과 주차원 대기소이인우
가게 앞에 설치된 이 텐트들은 가게에 온 손님 차량을 대신 주차해 주는 사람들이 머무는 일종의 대기소인데 청담동에는 거의 모든 가게 앞에 이 같은 대기소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풍경 중 하나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 자동차를 가지고 오는데 실제 충분한 주차시설을 갖춘 가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청담동의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길가에 세워놓더라도 주차원이 곁에 있다면 주차단속원이 와도 그리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청담동 대리주차 문화가 형성됐는지도 모른다.

대리주차 (Valet Parking)의 영문표기가 잘못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간판
대리주차 (Valet Parking)의 영문표기가 잘못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간판이인우
가족이 함께 식사하려고 찾는 대형 음식점 혹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 이 같은 대리주차 서비스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청담동에서 유독 이 같은 서비스가 눈에 띄는 이유는 테이크아웃 커피점, 햄버거 가게, 의류점, 작은 잡화상 등에서도 대리주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리주차를 통한 주차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지만 자동차를 맡긴 입장에서는 나올 때 약간의 사례비를 주는 것이 이곳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일반적인 매너라고 한다.

대리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업소의 성격에 따라 다른데 주로 낮에 영업하는 한식당 혹은 의류 가게 주차원들은 3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오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바, 레스토랑 등의 주차원들은 2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잘나가는 모 연예인이 경영한다는 한 바의 대리주차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정아무개(남·23)씨는 지난 겨울방학부터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주차원 생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 있으면 국내에 있는 유명한 외제차 종류는 거의 다 몰아볼 기회가 생깁니다.…남들이 잘 모르는 연예계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요.…그리고 연예인들도 많이 와요.…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 편하고 또 수입도 괜찮고요."

대리주차 서비스는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매우 편리한 서비스다. 이리저리 돌면서 주차할 곳을 찾지 않아도 되고 쇼핑이 끝나면 문 앞에 바로 자신의 차를 대기시켜주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런 만큼 대리주차는 최소한 청담동에서 매장을 열고 고객을 맞이하는 사업을 하려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서비스 항목인 셈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멋진 인테리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대기소를 만들게 되어 뭔가 어설픈 가게로 보이게 되니 말이다.

청담동으로 쇼핑을, 그리고 근사한 저녁식사를 또는 애인과 멋진 바를 찾는다면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청담동의 가게들은 주차요원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설마 청담동을 버스나 지하철로 찾으려는 사람들은 없겠지요? 청담동은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지 대중교통(물론 택시를 제외하고)을 이용하기에는 조금 불편하답니다. 다음에는 청담동의 대중교통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설마 청담동을 버스나 지하철로 찾으려는 사람들은 없겠지요? 청담동은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지 대중교통(물론 택시를 제외하고)을 이용하기에는 조금 불편하답니다. 다음에는 청담동의 대중교통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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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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