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공부하세요!"

[책으로 만든 정원①] 하정훈, 정유미의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등록 2006.03.09 10:00수정 2006.03.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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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아가 모유먹이기> 표지 사진

<우리 아가 모유먹이기> 표지 사진 ⓒ 그린비 출판사

낳기만 하면 먹이는 일은, 키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개그우먼 김현숙이 일요일 저녁마다 "자연분만! 모유수유!!"를 외칠 때만 해도 그 두 가지 미션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출산드라를 보며 속없이 웃기만 했다.

1월 21일. 남들에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1월의 하루였겠다. 그 날 새벽, 한동안 잊기 어려운 배앓이 끝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3kg의 딸아이를 출산했다. 출산 후 30분~1시간 이내에 젖을 물려야 모유수유에 성공하기 쉽다는 유축기 광고전단의 친절한 설명을 무시하고 여섯 시간 만에 물린 빈 젖은 이후 한 달 반 동안 아기와 실랑이를 벌이는 전쟁터가 됐다.


겨우 한 방울이나 나왔을까. 오렌지 주스빛 초유를 먹이는데 성공한 기쁨도 잠시, 신생아실에서 이미 분유와 우유병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아기는 엄마의 젖을 밀어내기만 했다. 일주일 쯤 아기와 씨름을 했지만 번번이 아기의 승리. 그 때부터 선배 언니가 물려준 하정훈, 정유미 선생님의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를 형광펜으로 밑줄 그으며 읽기 시작했다. 출산 전에 설렁설렁 들춰보긴 했지만 모유수유를 실패할 기로에서 읽으니 한 줄 한 줄 새록새록 눈에 박혔다.

얼마 전 체온이 38.9도까지 오르고 온 몸이 덜덜 떨리는 심한 젖몸살을 앓았다. 책에 설명된 증상으로는 이스트 감염과 유선염이 의심되어 국제모유수유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는 소아과와 출산 전부터 다녔던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았다. 결론은 유선염이었다. 아기가 제대로 먹지 못해서 남아있던 젖이 염증을 일으켜 가슴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등까지 콕콕 쑤시듯 통증이 심해졌던 것이다. 약을 먹고 젖을 짜내니 한결 나아졌는데, 그저 아는 것과 온전히 내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모유수유 이데올로기'라고 할 정도로 극성이었던 남편의 도움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무지한 엄마를 다독거린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가 없었다면 지금쯤 시간 맞춰 분유를 타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빠는 방법을 몰라 엄마 젖꼭지를 하얗게 헐게 만들고, 피가 나게 하던 아기는 어느새 제 스스로 빠는 본능을 기억해 냈고 이제는 분유를 줘도 우유병을 밀어낸다. 아기의 진짜 승리! 아기와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서로 끌어안고 밥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모유수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가시밭길이다.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아기도 고생, 엄마도 고역이다. 혹시 지금 임신한 독자가 있다면 태교 책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읽어두길 바란다. 잘 읽어두면 우리 모녀처럼 한밤중에 끌어안고 눈물 뚝뚝 흘리는 젖먹이기 전쟁을 요령있게 피해 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책으로 만든 정원>은 딸 최정원과 엄마 정진영이 함께 만드는 공간입니다.

덧붙이는 글 <책으로 만든 정원>은 딸 최정원과 엄마 정진영이 함께 만드는 공간입니다.

삐뽀삐뽀 119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 개정 5판

정유미.하정훈 지음,
유니책방,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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