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하게... 돈 안 보내면 집으로 찾아갑니다"

학부모 불법 찬조금 여전... 대전 한 고교, 대납에 협박까지

등록 2006.03.09 16:53수정 2006.03.0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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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9일 밤 9시 40분]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자모회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부모에게 찬조금 대납 대금을 갚을 것을 종용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자모회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부모에게 찬조금 대납 대금을 갚을 것을 종용한 휴대폰 문자메시지.오마이뉴스 심규상

교육인적자원부 등의 엄단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선학교에서 음성적으로 학부모들의 돈을 거두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전의 한 여고에서는 자모회(姉母會) 간부가 찬조금을 걷는 과정에서 미납 학부모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과 협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의 엄마들 모임인 자모회는 지난해 3월 반별 자모회 모임을 잇달아 열고 임원학생 부모는 1인당 30만원, 일반 학생 부모는 10만원씩 모두 1600만원(10개 학급)의 모금액을 할당했다. 모금된 돈은 수시로 자모회 간부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송금됐다.

문제를 제기한 한 자모회원은 "조성된 찬조금은 주로 간식비와 소풍 때 담임 회식비, 스승의 날과 졸업 때 촌지 등으로 쓰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스승의 날에는 학년 담임교사 1인당 10만원의 상품권을, 졸업식 때는 20만원의 상품권을 줬다는 것.

또한 자모회 간부는 이 과정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찬조금을 내지못한 모 임원학생 부모의 할당액을 대납했고, 이후 최근까지 돈을 갚을 것을 강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모회 회원이 공개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는 지난 2월 자모회 간부가 보낸 "우리 서로 졸업식장에서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합시다", "00엄마랑 15만원씩 해 놨는데(대납했는데) 치사하게 왜 안 보내세요. 꼭 보내세요. 안 보내면 이제 집으로 찾아갑니다", "우리 좋게 해결합시다. 이젠 지겹네요" 등의 내용이 보관돼 있었다.


이 자모회원은 전교조대전지부를 통해 '최근에는 이 자모회 간부가 전화를 통해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오히려 협박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민원을 접수한 전교조대전지부는 지난달 20일 대전시교육청에 제출한 해당 학교 특별 감사청구서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음성적인 금품징수 및 향응제공이 근절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관련자들을 엄중문책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전시교육청 "해당 금액 갹출 확인"

대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1차 확인결과 해당 금액을 갹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해당 교사들로부터 모금액은 저녁에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들의 간식비로 사용됐을 뿐 상품권이나 식사를 제공받은 일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공보감사담당관실에 사안을 이첩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학교 교감은 "논란이 일어 지난해 3학년 담임교사를 상대로 자체 확인을 했으나 상품권 등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사들은 물론 학교에서는 돈을 걷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전 3학년 학년부장 교사가 해당 자모회 간부에게 확인한 바도 교사들의 해명과 같다"고 덧붙였다.

자모회원에게 찬조금 대납대금을 갚을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자모회 간부는 9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를 통해 "전체 모금액은 1000만원 정도로 전액 모두 순수하게 3학년 학생들에 대한 간식비로만 사용됐고 교사들에게 상품권등 촌지를 지급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간부는 이어 "대납 대금을 갚을 것을 종용한 이유는 해당 학부모가 같은 반 다른 학부모로부터 모금한 16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도 뒤늦게 (자신의 몫을 제외한) 130만원만 내놔서 그런 것"이라며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알지 못했고 모금액을 전용하고도 내가 대신 준 30만원까지 갚지 않으려고 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대전지부 관계자는 "학생간식비에 대한 경비를 최대치로 하더라도 1천만원이 되지 않는다"며 "나머지 모금액에 대한 지출내역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대전지부는 지난 8일부터 불법찬조금 신고 및 불법 학사운영사례, 학교운영위 불법사례 등에 대한 비리제보 신고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신고게시판 접속은 전교조대전지부 홈페이지(chamdj.eduhope.net)에 접속 후 오른쪽 상단에 있는 '맑고 투명한 학교만들기' 배너를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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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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