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쪽이 조합원에게 약속했던 사업계획서 내용. 이주비 무이자 부분이 포함돼 있다.현대건설·대림산업
그런데 2004년 이주시점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2000년 초 약속했던 건축비에 비해서 16.5%(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10%가 적정)나 인상된 평당 266만원을 제시했고, 무이자로 약속했던 이주비에 대해서도 유이자로 조건을 바꿔 조합원들에게 총 325억원의 금융비용 부담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500여명의 조합원들은 '재산지킴이'를 결성해 2004년 7월 10일 임시조합원 총회를 개최했지만, 기존 재건축조합의 방해와 감금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사업진행을 위해 관리처분계획인가가 한시라도 급했던 재건축조합은 7월 18일 60%도 되지 않는 조합원 851명이 참석(719명 동의)한 가운데 평형배정, 도급계약 등을 통과시켰다.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의 권리관계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로 재건축사업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에서 진행한 관리처분계획은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무효라는 판결을 얻었다.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의 권리관계를 최종 명시하는 것인 만큼 조합원 80%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실제 참석한 인원은 6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이 무효 판결을 받아도 재건축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공사를 금지시킬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지리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재건축조합은 관리처분계획 무효판결에 대해 항소를 한 상태다.
재건축조합 홍현희 조합장은 "재건축 공정률이 이미 50%를 넘어섰고, 계약률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관리처분계획 무효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총회에 참석해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사업의 시공을 맡고 있는 현대건설 측은 이주비 무이자와 건축비 증가 부분은 재산지킴이 쪽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건설 쪽 관계자는 "무이자 부분은 계약서가 애매하게 작성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계약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계약서 일부 조항에는 이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분명하게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재건축 아파트도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급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비의 경우도 애초 계획과는 달리 설계가 변경됐기 때문에 단순 물가 인상분만 적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원래 평당 277만원으로 결정하려고 했던 것을 평당 266만원으로 오히려 낮췄다"고 반박했다.
잡음 끊이지 않는 재건축, 이대로 둘 건가
하지만 재산지킴이 이광휘씨는 "재건축조합이나 시공사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바로 잡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면서 "정부가 재건축 비리에 대해서 강도 높게 수사한다고 하면서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부장은 "재건축 사업 자체를 주민들이 맡고 있다 보니 모든 것이 재건축조합과 시공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재건축에 대한 세부사항을 전혀 알 수 없는데다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기에 바쁜 일반 조합원들의 경우 문제가 있어도 따라가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은경 부장은 "재건축조합의 진행상황을 공공기관이 사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재건축은 개발이익도 제대로 환수되지 않을 뿐 아니라, 투기꾼들과 건설사에게만 먹잇감만 주고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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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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