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표지 입니다.고래실
지난 5일(일),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경복궁에 다녀왔다. 봄맞이 축제로 줄타기 공연을 한다기에 큰맘 먹고 나섰다. 영화 <왕의 남자>에 등장했던 광대가 직접 공연한다고 해서인지, 근정문 마당은 모처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은 많고 객석은 따로 마련되지 않아,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근정전으로 들어섰다.
근정전은 따뜻한 봄 햇살을 쬐려는지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경복궁을 몇 번 다녀갔지만 열린 문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구멍 난 창호지나 문틈으로 훔쳐 보듯 했던 것이다. 경복궁 좌측문을 지나 경회루에서 잠시 쉬고 다시나와 교태전과 자경전을 둘러보았다. 교태전과 자경전의 뒤뜰 굴뚝과 담장은 우리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머물게 했다.
교태전은 왕비가 쓰는 침전으로 임금이 거처하는 강령전 바로 뒤에 위치한다. '교태'는 부부가 만나 아이를 잘 낳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교태전 뒤뜰 아미산은 왕비를 위한 작은 언덕으로 중국 산동성에 있는 아름다운 산 이름에서 따왔다. 경회루를 만들 때 파낸 흙으로 쌓았다고 한다. 갖가지 꽃과 작은 나무들을 심은 뒤, 꽃담을 아기자기하게 쌓아 아름답게 만들었다. 마니산에는 불가사리 문양이 새겨진 예쁜 굴뚝이 있다. 불가사리는 쇠와 불을 먹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래서 불가사리 문양을 새겨 불이 나지 않기를 바랐다.
교태전 우측 뒤편엔 대비가 머무는 자경전이 있다. 자경전을 들어서기 전에 병풍처럼 펼쳐진 꽃담을 감상하게 된다. 자경전 꽃담은 만(일만 萬), 수(목숨 壽), 복(복 福), 강(편안할 康), 녕(편안할 寧)같은 한자와 매화, 국화, 대나무, 모란, 연꽃, 복숭아, 석류, 난초 문양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자경전 굴뚝 또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비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자손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산, 돌, 학, 사슴, 거북, 불로초, 소나무, 석류, 모란 등의 문양을 새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