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농로 따라 즐기는 자전거 출근

내가 만드는 청정하고 건강한 에너지

등록 2006.03.10 17:30수정 2006.03.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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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평야 사이로 뻗은 농로는 시야를 탁 트이게 해주는데, 끝이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곧다.

평야 사이로 뻗은 농로는 시야를 탁 트이게 해주는데, 끝이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곧다. ⓒ 김영래

"저녁에 비 오고 추워진다는데 자전거 타고 갈 거야?"


아내는 걱정스럽게 출근을 서두르는 내게 한 마디 던진다.

내가 차를 가져가지 않으면 사실 아내가 사용할 수 있어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내심 은근히 바라는 눈치를 느낄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 내 마음을 주었다.

"이제 본격적인 봄을 맞아 게으름을 떨쳐내고, 기름값도 좀 아껴야지" 하면서 현관을 나섰다.

내 출근을 보면 아마도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매연을 뿜는 차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먼저 가려고 신호를 읽고 미처 파란불이 켜지기도 전에 붕붕 재촉하고, 노란불에도 차를 들이밀고, 빵빵 경적을 울려대는 것에 비하면 내 출근길은 그야말로 기찻길 옆 오막살이같이 한가롭기 그지없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아파트를 나서면서부터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잘 만들어져 있음은 물론 찻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농로가 나온다.


a 아파트를 나서면 6차선 도로로 출근길 차량들이 바쁘게 달린다.

아파트를 나서면 6차선 도로로 출근길 차량들이 바쁘게 달린다. ⓒ 김영래

내가 사는 곳은 충북 제천이라는 조그만 중소도시지만 6차선 도로 뒤편에 펼쳐진 평야와 그 사이로 난 농로는 주민들이 보배처럼 여기며 달리기도 곳이요, 학생들 등굣길이기도 하다.

언젠가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아랫마을 다니시는 것이 안타까워 삼남매가 작은 오토바이를 사드린 적이 있는데, 잃어버릴까 봐 애지중지하며 안 타시고 운동 삼아 자전거만 고집하셨다. 그래서 내가 가져다가 이 길에서 탔는데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매연만 뿜어대는 미안함에 다른 생각 할 틈도 없이 도망치듯 달렸고, 며칠 지나지 않아 팔아 버렸다. 그 정도로 이곳은 청정한 곳이다.


a 3월 초순인데 벌써 파종을 서두르는 농심이 바쁘다.

3월 초순인데 벌써 파종을 서두르는 농심이 바쁘다. ⓒ 김영래

저 멀리 아침 안갯속에 가려진 용두산 아래 논에는 벌써 파종을 준비하는 농부의 손길도 보인다. 이제 곧 봄나물과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날 것이고, 여름이면 개망초 꽃이 흰 눈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논엔 벼들이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a 솔방죽 자연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솔방죽 자연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 김영래

평야 중간쯤에 있는 솔 방죽 저수지는 자연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하여 공사가 한창이다. 아마도 예전엔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테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잘 가꾸고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공사장 앞에 넓은 공터가 혹시 주차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찔하다. 그곳에 주차장을 만들면 농사를 짓는 농기계 출입은 어쩔 것이며, 좁은 농로의 산책은 매연과 먼지로 뒤덮여 아니한 만 못할 것이다. 제발 그곳이 주차장이 아니길 바란다.

a 아파트 뒤로 소방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부터는 오르막이 끝나고 평지다.

아파트 뒤로 소방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부터는 오르막이 끝나고 평지다. ⓒ 김영래

아파트 뒤편에 숨은 사무실 모습이 보일 때쯤이면 밋밋한 경사로를 올라오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내 힘으로 만든 에너지로 움직이는 자전거야말로 청정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아닌가.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이 근사한 출근길을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 사람들이 차가 아닌 건강한 에너지를 분출하며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의림지 아래로 펼쳐진 평야의 중간으로 간 농로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과 달리기를 하는 곳입니다.

덧붙이는 글 의림지 아래로 펼쳐진 평야의 중간으로 간 농로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과 달리기를 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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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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