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제2차 평화적 집회 시위문화 정착 민·관공동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해찬 국무총리.국무총리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되어 버렸다.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은 이 총리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집권세력 전체의 신뢰추락을 가져오는 큰 사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청와대, 총리실, 열린우리당의 부적절한 대응은 파문을 키웠고, 결국 이 총리의 문제를 자신들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켜 버리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이제 와서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들, 집권세력의 상실된 신뢰를 얼마만큼이나 회복시킬 수 있을까.
국민을 분노시킨 거짓과 궤변
부적절한 골프모임 자체도 문제였지만, 파문을 이처럼 키운 것은 관련자들의 거짓말 릴레이였다. 골프비 부담을 누가 했는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이 골프모임에 참여했는지, 내기골프는 없었는지, '황제골프'가 아니었는지, 김평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류 회장과 몇차례나 골프를 함께 쳤는지….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관련자들은 거짓해명과 말바꾸기의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총리실은 거짓해명에 부분적으로 가담하거나 최소한 방조하는 모습을 보여 거짓말 행진에 대한 책임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관련자들이 이렇게 거짓해명에 나섰던 것은, 이번 골프모임의 부적절성을 자신들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참석자들이 특히 류 회장의 참여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렇게 안간힘을 썼던 것은, 그와 이 총리의 골프 만남이 그만큼 문제가 있는 것임을 그들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파문을 키운 것은 청와대와 총리실의 모습이었다. 당초 이 총리는 "본인의 거취문제는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언론은 이 말을 일제히 '사실상의 사의표명'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총리실에서는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총리가 '사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취를 말씀드리겠다"는 말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사회적 통념이다. 그대로 자리에 있을 생각이라면 거취를 말씀드리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사의 표명을 한 적이 없었다고 잡아떼는 것은,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말장난이었다.
청와대도 이 총리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이 총리는 정말 일을 잘 하시는 분이다",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정책에 관한 국가틀이 흔들리게 된다", "노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분으로 총리를 교체할 정도의 사안인지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결정할 것이다".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청와대의 모습이었다.
이번 파문을 염두에 둔 듯, 이병완 비서실장은 "국정운영에서 여론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만사를 여론이라는 일시적인 '국민정서법'에 휘말려 사실관계나 법절차를 무시한다면 책임있는 국정운영방식이 아니다"고까지 했다. 여론에 밀려 총리를 퇴진시킬 수는 없다는, 또 한번의 오기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골프모임의 부적절성이 드러났고, 각종 의혹과 거짓해명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선문답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민심의 소재를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는 소치이다. 왜 청와대 사람들은 걸핏하면 민심이나 여론을 일시적인 감정따위로 비하하는 오만을 부리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국민들이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그렇게 어리석은 존재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총리가 3·1절 골프 한번 쳤다는 사실 자체로 국민들이 그렇게 성을 낸 것이 아님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었다.
이 총리는 즉각 사퇴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