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FTA는 수류탄, 미국FTA는 핵폭탄"

13일 출범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 박형규 회장

등록 2006.03.13 11:27수정 2006.03.13 13:34
0
원고료로 응원
a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 초대회장 박형규씨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 초대회장 박형규씨 ⓒ 윤형권

전국의 농수축산물 생산자들이 하나의 깃발 아래 뭉쳤다. 13일(월) 오후 2시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전국 농수축산물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아래 농업법인중앙회)'를 창립하고, 박형규(53·논산과수원예영농조합 대표)씨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한다.

농업법인중앙회는 농업의 최전방이나 마찬가지인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자생적인 모임이다. 지금까지 전국의 농수축산물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은 8천여 개에 달하지만 통합된 중앙회는 없었다. 또 정부에서도 통합된 중앙회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농업법인이 양적 팽창만 있었지 질적 성장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업정책은 농협에 편중되었고, 이에 따른 농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졌다. 농협이 금융사업에만 공을 들이고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농수축산물의 유통사업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농민들의 불만 중 하나다. 실제 농협의 사업비중을 보면 금융사업(신용사업)이 70%, 유통사업(경제사업)이 30% 정도로 금융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민들의 불만과 위기감은 대내외적인 문제로부터 가중되고 있다. 농업정책에서 정부의 실질적인 파트너가 아닌 아웃사이더라는 불만이 쌓였다. 또 외적으로는 WTO, FTA 등 시장개방으로 곳간을 고스란히 내주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이런 대내외적인 도전에 맞서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뭉친 것이다.

농업법인중앙회는 '농산물 수입개방과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영농의 기업화와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경영합리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협업적 영농을 통한 농업기술증진과 생산성 증대를 도모해 농업발전 및 수출증대로 농업부문의 혁신적인 리더그룹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정했다.

9일 오전 10시 논산과수원예영농조합에서 박형규 초대회장을 만나 농업법인중앙회의 창립배경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알아보았다.

FTA 등 농업 위기에 맞선 생산자 조직


- 중앙연합회 창립 배경은?
"농업은 생명의 창고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터전이다. 농민은 농업정책의 일선현장에서 땀 흘리는 첨병이지만 그동안 농협 위주 정책으로 생산자인 농민들은 늘 농업정책의 변방에만 있었다. 또 FTA, WTO 등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으로 농업은 위기에 처해있다. 칠레 FTA가 수류탄이라면 미국과의 FTA 체결은 핵폭탄이다. 따라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하는 농업, 잘사는 농민을 목표로 전국을 아우르는 생산자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

- 창립과정과 조직과 기구는 어떤 형태인가?
"제주에서부터 강원도까지 농업법인은 전국에 흩어져 있어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뜻있는 농업법인 관계자들이 중앙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지난해 8월 중순에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농업법인을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게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할 수 있다'라는 의지를 갖고 추진했으며 전국에서 뜻있는 좋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우선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는 게 중요하다. 중앙연합회 회장, 사무총장과 자문기구가 있으며, 각 시도별로 지회가 있고 11개 품목별로 분과위원회가 있다. 창립총회에는 각 지역의 농업법인 대표자 300여명이 참여할 것이다. 중앙연합회 사무국은 서울농수산물공사 5층에 자리 잡았다. 올 한해는 조직정비에 주력할 것이다."

"정치성 배제하고 자생적인 조직으로 키울 것"

- 초대회장으로서 포부와 계획은?
a 논산과수원예영농조합에서 대만으로 수출할 배를 고르고 있다.

논산과수원예영농조합에서 대만으로 수출할 배를 고르고 있다. ⓒ 윤형권

"먼저 전국에 산재한 농업법인의 실태를 파악할 것이다. 그리고 조직을 확대함과 동시에 단결을 유도할 것이다. 국내유통과 수출 등 판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것이고, 생산자에 대한 교육과 기술지도 등을 통해 중앙연합회 회원 모두가 동반성장하도록 할 것이다. 또 FTA, WTO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기준에 맞는 품질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팔 수 있다."

박형규 회장은 "중앙연합회가 성공적인 조직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조합원들의 단결과 화합이 우선이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성을 철저하게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는 전국 단위의 조직이 만들어지면 정치권에서 손을 내밀고,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손을 잡는 순간 그 조직의 생명은 끝난다"며 정치와의 관계를 멀리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또 "정부지원이나 바라고 있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자생적인 조직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농특자금 119조 원은 농업발전을 위해 올바르게 쓰여야 한다. 알맹이 없는 조직만 해놓고 정부지원자금이나 빼먹는 일은 없다. 앞으로는 농업정책이 실질적인 '농민을 위한-농업을 위한 정부정책'이 돼야 한다. 왜 농업법인에서 수출한 결제대금이 농협을 통해 이자를 떼고 받아야 하는가? 현장에서 땀 흘리며 농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생산자들의 모임인 우리가 정부와의 농업정책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가 어떤 조직으로 성장하는지를 2~3년 후에 평가해 달라."

박형규 회장은 부인과 함께 논산시 노성면에서 배와 사과, 딸기농사를 손수 지으며 논산과수원예영농조합을 이끌어 왔다. 1994년 조합원 10여명으로 출발한 논산과수원예영농조합은 10년 뒤 조합원이 2천여 농가나 되는 영농조합으로 발전했다. 2003년엔 수출탑과 농림부장관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농업부문에서는 드물게 ISO 9001 인증을 받기도 했다.

박형규 조합장이 이끄는 논산과수원예영농조합은 지난해 117억 매출을 올렸으며 이중 35억 원은 수출로 벌어들였다. 올해 3월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러시아에 배 400톤(12억 원) 수출계약을 성사시켜 해외 수출시장 다변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형규 회장은 "노력하니까 되더라"며 위기에 처한 농업의 발전과 농민의 살길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농업의 위기 상황에서 자생적인 생산자모임인 한국농업법인중앙연합회는 과연 농업과 농민들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