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황경신/북하우스교보문고
"천문학자들에 의하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의 별들은 현재 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별빛이 그 별을 떠났던 때에 그곳에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별빛은 이미 소멸되어 그 존재조차 사라진 죽은 별의 빛일 수 있다는 것이다…그것만으로도 별빛은 아름답지 않은가?"(위 책의 발문 중에서)
"지금은요, 수백 장의 새장을 그리고, 새를 기다리고, 그런 과정들이 너무 막막하고 힘들게만 느껴져요. 전 그냥 누군가 그려 놓은 새장 속으로 날아 들어가서 마음 놓고 노래만 부르면 좋겠어요. 하지만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죠. 누구도 종교에서 기적만을 잘라 가질 수는 없다고, 그러니 사랑에서 기쁨만 잘라 가질 수도 없겠죠."(위 책의 발문을 쓴 황인뢰에게 보낸 저자의 메일 중에서)
작가 황경신은 월간 잡지 <페이퍼>의 편집장이다. 그가 <페이퍼>에 연재한 아주 짧은 장편, 즉 손바닥 장편 중 40개의 작품을 책으로 엮어 낸 것이 <초콜릿 우체국>이다. 첫 편의 에피소드는 코끼리가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스케이트화를 코끼리 발에 신기기 위한 동물들의 회합이다.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인가?
단막극으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한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남녀 간의 사랑과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삶의 방식, 애정의 플랫폼을 가상의 공간인 곰스크역과 일정한 스케줄대로 오고 가지 않는 열차 시간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보여준다.
<초콜릿 우체국>을 보면 천사들은 인간에게서 질투심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사람들은 기억 속 사람들에게 초콜릿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꼭 어울리는 별빛 같은 이야기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느낌과 어우러져 우리를 순수하고 투명한 동심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
누구도 종교에서 기적만을 가질 순 없다
우연히 몇 편의 작품을 알게 된 후로, 아주 가끔씩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글을 만나고픈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황경신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곤 했다. 그녀는 발문을 쓴 황인뢰 PD와 의기투합하여 '한 뼘 드라마'를 만들기도 한 작가다. 그녀의 책 첫 장에서 만난 별과 별빛의 기억.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은 별빛처럼 반짝인다. 오늘만큼은 내 영혼도 저 별빛처럼 아름다울 것만 같다.
책을 읽으며 나도 황경신처럼 '새장을 그리고, 새를 기다리는' 내가 아니라 '누군가 그려 놓은 새장 속으로 날아 들어가서'는 '마음 놓고 노래만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는 또한 알고 있다. '누구도 종교에서 기적만을 가질 수 없음'을, '그러니 사랑에서 기쁨만 잘라 가질 수도 없음'을 말이다.
그럼으로 나와 여러분은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하여(황인뢰는 발문에서 황경신의 글을 별빛과 엄청난 압력을 견디어 비로소 탄생하는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에 비교하고 있다) 엄청난 압력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고열 속에서 생성의 고통을 견디어야 한다.
나와 여러분은 이미 생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져야 하고 늘 매일매일 다르게 생성되기 위하여 스스로를 고난의 시간 속으로 내던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지구에 도달하여 누구의 눈에 포착되고 비춰질지도 모를 빛을 떠나보내는 저 밤하늘의 별과 같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 자신의 빛을 저 우주를 향하여 혹은 누군가를 향하여 떠나보내야 한다.
그 치열한 삶에의 사랑이 있다면 우리의 빛은 누군가의 눈에 저 밤하늘의 별빛과 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움으로 보일 것을 굳게 믿어야 한다.
내 상념은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