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지난 일요일(3월 12일) 지리산 화개골에서 고뢰쇠 축제가 있었습니다. 축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이 바로 이 풍물패의 소리였습니다. 가운데 우뚝 선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자가 너무 반갑더군요.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깃발은 풍물패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발이 앞으로 가면 풍물패도 따라 가고 깃발이 멈추며 늘어졌던 대열은 다시 뭉쳤습니다. 오직 풍물패에서만 농업은 중심에 있었습니다. 오직 굿판에서만 아직도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저의 마음의 결코 편하지 않더군요. 다시 한 번 농사짓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올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요? 그 글자는 찬바람에 매섭게 흔들렸습니다.
그날은 몹시 바람이 불었고 기온은 영하까지 떨어졌습니다. 북채를 잡은 손도 꽹과리를 치는 손도 마음 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사진을 찍는 저도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려면 큼 맘을 먹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신명이 나있었습니다. 추위도 이들의 신명을 비켜가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손이 내는 소리와 풍물패 소리가 함께 어울려 화개골 깊은 골짜기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덩덩 쿵 덩덩 쿵' 울리는 풍물소리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섬진강과 지리산을 타고 바다로 하늘로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농자가 천하지 대본이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축제의 시작과 마지막은 풍물패가 제격인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깃발이 나부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