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붓하게 즐기는 섬진강변 매화꽃길

[꽃피는 봄이오면2] 영화 <아름다운 시절> 무대, 전남 임실 구담마을

등록 2006.03.15 11:41수정 2006.03.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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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봄나들이에 섬진강만큼 좋은 곳이 없다. 필자가 가장 아름다운 강으로 꼽는 섬진강은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꽃으로 인해 강마저 물이들 지경이다. 매화하면 사람들은 으레 광양 매화마을을 떠올리지만, 매화꽃을 즐기기에는 임실 구담마을이 더없이 좋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무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마을 앞까지 포장도로가 연결된 것을 제외하고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면 펜션이 우후죽순 들어서서 멋진 경관을 망쳐놓기 일쑤인데, 이곳은 펜션은 고사하고 흔한 민박집이나 식당은커녕 구멍가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a 구담마을의 매화 뒤로 슬레이트집이 보인다

구담마을의 매화 뒤로 슬레이트집이 보인다 ⓒ 김정수

오히려 변하지 않아서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곳이지만, 그 때문에 나그네의 쉼터로는 더없이 손색이 없다. 사실 이곳은 필자가 영원히 감추어두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영화 촬영지로는 제법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 매화가 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 역시 3번째 방문에서야, 봄에 매화가 지천으로 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제껏 다녀온 봄여행 중에서 최고의 수확이라면 임실 구담마을에서 매화를 발견한 것이라 말할 만큼, 필자에게는 '콜롬부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못지 않은 대단한 일이다.

a 구담마을에 가득 핀 매화

구담마을에 가득 핀 매화 ⓒ 김정수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에 자리한 구담마을은 17세대 24명(2003년 기준)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자그마한 자연생태마을이다. 마을 옆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다. 영화 속에서 비포장도로로 나왔던 마을 진입로는 2002년 12월에야 포장공사가 끝났다. 그만큼 오지마을로 자동차며, 경운기조차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외딴마을이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마을회관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100m 쯤 가면 고목나무 공터에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라고 쓴 기념비가 나온다. 고목나무 공터에 서면 섬진강 물줄기가 굽이치며 흘러가고 있다. 공터 바로 위쪽의 섬진강에는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 어려운 징검다리가 놓여 있어 정겨움이 살아있다. 이곳은 고향의 시골 냇가를 생각나게 한다.

a 구담마을의 고목나무 공터에 자리한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 기념비'

구담마을의 고목나무 공터에 자리한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 기념비' ⓒ 김정수

너무나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있어 물을 보고 있노라면 꼭 마음까지 깨끗이 씻기는 느낌이다. 섬진강의 대부분은 봄이 가장 아름다운데, 이곳 역시 3월 말 봄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강가 주변에서는 버들강아지가 올라오며 봄을 재촉한다. 강 위로 건너마을의 산그림자가 누워 있어 한 폭의 살아있는 수채화가 된다.


마을 강변에 심어진 약 6백 그루에 이르는 매화나무에서 꽃망울이 하나 둘 터져나오면 이 일대는 말 그대로 꽃밭이 된다. 대부분은 하얀색의 매화꽃이고, 일부는 분홍색의 홍매이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매화 바로 뒤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 멋진 배경이 되어준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매화꽃이 눈처럼 흩날린다. 바람에 날리던 꽃잎이 강물에 떨어져서 흘르내리면 강에 꽃물이 든다.

그 중에 눈에 띄는 특이한 매화가 한 그루 있어 시선을 끈다. 마을회관 앞에서 강변쪽으로 내려오다보면 집과 마주한 제일 앞쪽에 분홍색과 흰색 매화가 함께 자라는 나무가 있다. 한 가지에서 두 가지 색깔의 매화가 같이 피는 특이한 광경이다.


a 구담마을 앞의 섬진강변에 버들강아지가 봄을 피워올린다

구담마을 앞의 섬진강변에 버들강아지가 봄을 피워올린다 ⓒ 김정수

이곳 매화의 절정기는 광양매화축제가 끝난 시점에서 약 1주일 내외로 보면 된다. 구담마을의 매화는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만큼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조용하게 봄나들이를 떠나기에 제격인 곳이다. 자연을 벗삼아 조용히 쉬었다 가기 너무나 좋은 곳이다. 별다른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가거나, 생수와 먹거리를 충분히 챙겨가는 게 좋다. 마을의 대부분은 아직도 슬레이트집이다. 겨우 서너 채만이 양옥집으로 개조한 상태다.

구담마을은 영화 촬영 후에도 도로가 포장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자연생태마을이다.

a 구담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의 징검다리

구담마을 앞을 흐르는 섬진강의 징검다리 ⓒ 김정수


a 구담마을 고목나무 공터에서 바라본 섬진강

구담마을 고목나무 공터에서 바라본 섬진강 ⓒ 김정수


a 구담마을을 흐르는 섬진강

구담마을을 흐르는 섬진강 ⓒ 김정수


a 고향산천의 얽큰한 다슬기탕

고향산천의 얽큰한 다슬기탕 ⓒ 김정수



가는 법, 잘 곳이 궁금하다면?

관광문의 : 임실군 덕치면사무소 총무담당 043-640-2611,
임실군청 문화관광과 043-640-2640

맛있는 집

강진면 갈담리의 강진삼거리 옆에 자리한 고향산천은 다슬기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다슬기회무침이 제일 유명하며, 다슬기탕과 다슬기 수제비도 맛있게 내놓는다. 시골돼지를 사용하는 돼지불고기 주물럭과 한정식백반도 맛볼 수 있다.

교통정보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태인IC를 빠져나와 삼거리에서 칠포.태인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피향정사거리에서 칠포.강진(30번 국도)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회문삼거리에서 임실.전주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다시 강진사거리에서 동계방면(717번 지방도)으로 우회전한다. 천담교 앞에서 우회전해서 다리를 건넌 후 좌회전해서 3km를 달리면 구담마을이다.

-대중교통

전주터미널에서 강진.순창행 버스를 이용해서 강진에 내리는게 빠르다. 광주나 남원에서는 순창으로 가서 강진.전주행 버스로 강진에 내린다. 임실의 강진터미널에서 구담마을행 버스가 09:30, 14:20 하루 두차례 운행한다. 약 10분 소요.

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동계행 버스를 타고 천담마을에 내려서 약 3km를 걸어가야 구담마을이다. 구담마을 입구에 내려달라고 해서 섬진강의 징검다리(여름철 호우시는 이용 불가)를 건너서 가는게 한결 수월하다. 동계행 버스는 1일 5회 출발.

임실군 농어촌버스 시간표 보기
http://www.imsil.go.kr/culture/traf_guide1.html
문의 : 강진터미널 063-643-1012

덧붙이는 글 | 사진은 2004년 3월에 촬영한 것입니다. 
시민의 신문, 시골아이, 유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덧붙이는 글 사진은 2004년 3월에 촬영한 것입니다. 
시민의 신문, 시골아이, 유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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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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